베이징(北京)의 평범한 샐러리맨인 룽(龍)선생은 최근 서울관광을 다녀왔다.

관광이유가 엉뚱했다.

5년동안 여권을 사용하지 않으면 효력이 끝난다는 규정을 피하기 위해 어딘가 외국을 가야 했고, 경비가 적게 드는 서울을 택했다.

''개인여권 연장용 한국관광''인 셈이다.

이런저런 이유로 한국행 중국 관광객이 크게 늘고 있다.

올들어 9개월동안 모두 32만명의 중국인이 한국을 다녀갔다(한국관광공사 베이징지사).

전년동기보다 45% 늘었다.

지금은 중국 관광객을 유치할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올초 중국내 한국관광 허가지역이 기존 9개 성.시(省.市)에서 전국으로 확대했다.

게다가 경쟁상대인 태국 필리핀 등 동남아국가들은 덤핑관광 문제로 중국관광국으로부터 ''여행 주의국가'' 판정을 받았다.

한국으로 몰릴 수밖에 없다.

문제는 우리가 중국의 관광달러를 잡을 준비가 돼 있느냐에 있다.

룽씨에게 한국관광 소감을 묻자 첫마디가 ''배고파 혼났다''라는 것이었다.

중국인의 식사량은 우리의 1.5배정도 되고 반찬 가짓수도 다양하다.

밥 한공기에 찌개와 밑반찬이 나오는 된장찌개로는 만족할 리 없다.

그는 "호텔에 왜 끓는 물이 없냐"고 투정했다.

차를 마셔야겠는데 물이 없더라는 것이다.

중국관광객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가 부족한데서 오는 문제다.

여행사간 과열 덤핑경쟁은 돈들고 찾아간 중국인을 ''다시는 오지 말라''며 쫓아내는 것과 다름없다.

중국에서 해외관광을 할 정도면 상당수준의 문화생활을 누리는 고소득층에 속한다.

그들은 ''끌려다니는 쇼핑''이 아닌 ''우아한 쇼핑''을 원한다.

중국인은 겉으로는 어수룩해 보여도 속으로는 머리회전이 빠르다.

중국인에게 경복궁을 보여주는 것은 의미가 없다.

그들은 경복궁을 보며 톈안먼(天安門)을 생각할 것이다.

룽씨는 "경복궁 설악산보다도 신호등에 따라 차와 인파가 엇갈리는 거리질서가 감동적이었다"고 말한다.

무질서에 찌든 중국인에게 시민질서의식은 좋은 관광상품이 될 수 있다.

중국인 눈높이에 맞춘 관광상품이 아쉽다.

베이징=한우덕 특파원 woody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