뷔페의 잔밥통은 넘쳐나기 마련이다.

많이 먹든 적게 먹든, 남기든 깨끗이 비우든 같은 음식값을 내기 때문에 낭비가 심하다.

이에 비해 카페테리아에서는 남긴 음식을 찾아보기 어렵다.

뷔페에서는 차려놓은 음식에 대해 주인의식이 없기 때문에 접시에 가득 담게 된다.

대학생들을 상대로 염가의 한식뷔페를 운영하고 있는 식당주인이 아이디어를 냈다.

먹는 것은 자유지만 남긴 음식물에 대해선 벌금을 물리도록 했던 것이다.

그 결과 잔밥통은 텅텅 비었고 음식물은 대폭 절약되었다.

먹을 때는 음식물과 ''남남의 관계''를 유지했던 고객들이 배가 불러오면 남기지 않도록 주의함으로써 ''주인의식''을 회복하게 되는 것이다.

벌금이라는 간단한 통제수단으로 음식물을 남기는 도덕적 해이를 치유했던 것이다.

부실기업과 부실금융기관의 도덕적 해이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공적자금이 투입된 기관마다 주인의식의 결여에 의한 낭비가 넘쳐나고 있다.

자생력없는 금융기관을 집결시킨 정부주도의 금융지주회사도 도덕적 해이가 심각할 것으로 예상된다.

벌써 은행경영평가에서 불합격판정을 받은 소형은행들이 한빛은행과 한배를 탈 수 없다는 뜻을 밝히고 독자적 지주회사를 거론하고 나섰다.

국민의 세금인 공적자금에 손을 벌리면서도 자기 밥그릇을 지키겠다는 배짱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금융지주회사를 통해 부실금융기관을 묶는 것은 개별 금융기관이 BIS(국제결제은행) 비율 기준에 미달할 때마다 추가적인 지원을 해야할 부담을 줄이려는 의도다.

지주회사가 이익을 내는 기관으로부터 배당금을 받아내 이를 결손이 발생한 기관에 대한 증자 재원으로 사용하겠다는 것이다.

부실금융기관끼리 상호부조케 하여 공생시키겠다는 것이 정부주도 금융지주회사의 숨은 의도다.

금융지주회사는 원래 다양한 전문 금융기관을 통괄하고 또 공동브랜드를 써서 시너지 효과를 얻는데 목적이 있다.

신한은행의 경우 기존의 조직을 상업은행과 투자은행.자산운용.보험.증권.소비자금융 전문회사를 분할하고 이들 자회사를 통괄하는 지주회사를 설립할 계획을 밝히고 있다.

이것이 본래 의미의 금융지주회사다.

정부가 설립하려는 금융지주회사는 부실금융기관의 BIS비율 방어용 편법조직인 것이다.

따라서 지주회사와 자회사인 개별 금융기관 모두의 심각한 도덕적 해이를 불러올 가능성이 높다.

지주회사의 경우 예금보험공사를 대신하여 정부의 주주권을 행사하는 역할을 하는데 주인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자회사인 금융기관들도 정부의 간섭을 지주회사를 통해서 대신 받을 뿐이다.

따라서 지금까지의 공적자금 운영상의 도덕적 해이가 그대로 반복될 수밖에 없으며 뷔페에서 음식물이 낭비되듯이 국민의 손실은 불 보듯 뻔하다.

금융지주회사가 출범하기 전에 도덕적 해이를 방지할 강력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금융지주회사 경영진에 대해선 지주회사의 주가와 연계시킨 스톡옵션 형태로 보상을 부여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경영자들이 금전적 보상보다는 개인의 명성을 중시하는 점을 감안한다면 젊고 추진력이 강하며 평판이 좋은 전문가를 최고경영자로 선임하여 금융지주회사의 성패가 자신의 미래를 좌우하도록 연계시킬 필요가 있다.

자회사인 금융기관의 경우는 지주회사가 1백%의 주식을 보유하고 상장폐지 되는 것이 원칙이다.

때문에 스톡옵션은 사용할 수 없다.

따라서 BIS 비율이나 목표 이익의 달성정도에 따라 경영진의 보상과 진퇴를 정하도록 하고 실적이 부진한 경우에는 당해 기관의 조직과 인원을 대폭 축소하여 다른 기관에 합병시키도록 해야 한다.

이와 같은 강력한 통제방안에 대해 경영진과 노조의 사전적 동의를 얻은 다음 공적자금 추가투입을 결정해야 한다.

도덕적 해이는 구호나 엄포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다.

남긴 음식물에 벌금을 매기는 것과 같은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다.

정부주도의 부실금융기관 한배타기 금융지주회사가 도덕적 해이의 천국이 되지 않도록 철저한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