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영 < 아주대 환경도시공학 교수 >

판교 신도시문제가 뜨거운 감자가 되고 있다.

나라 경제가 기울자 구조조정이다 긴축이다 퇴출이다 하며 날을 세우고 있는 터에 나온 신도시건설계획안은 아무래도 적절한 시점은 아니었던 것 같다.

게다가 ''당정협의가 부족하다''거나 ''내 선거구인데 나도 몰랐다''는 여당의 질책을 듣고 있다니,건교부의 접근방법도 스마트하지 못했던 것 같다.

신도시 문제는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니다.

그동안 필요성이 꾸준히 논의돼 왔고,그때마다 정치권의 ''신도시 알레르기''때문에 잠복해 왔던 것이다.

지금 수도권 일대는 난개발로 몸살을 앓고 있다.

도로도 학교도 상하수도시설도 제대로 없이 주택 아파트 공장 창고 러브호텔이 뒤범벅이 되어 있다.

개발수요는 넘치는데 계획적인 토지공급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토지 공개념이 무너진 이후 재산권 운운 하는 땅주인들의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정치권이나 지방정부는 이를 부추기고 있는 형편이다.

정부가 계획을 세우고 개발하려 해도 땅의 소유권은 세분돼 있어서 개발이 계획처럼 이루어지지 않는다.

결국 난개발의 악순환이 된다.

문제의 판교지역은 당초 남단녹지였다.

그린벨트와 같이 엄격하게 규제돼 있었다.

그러나 분당개발과 함께 풀려 보존녹지가 되었다.

그리고 2년 전엔 도시계획으로 ''개발예정용지''로 지정했고,개발하겠다는 주민들의 욕구를 건축제한조치로 막아왔던 것이다.

판교에 신도시를 건설하지 않는다고 영원히 묶어 둘 수는 없다.

그렇다면 잘 계획된 신도시를 만드는 것이 타당하다.

신도시 외의 대안으로 ''토지구획정리''방식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토지분할을 세분화하여 공동주택의 공급이 제한되고,개발이익의 환수 방법도 미흡하다.

그동안 우리는 많은 신도시를 만들어 왔다.

서울 주변의 성남·안산 등이 신도시고,부산 주변에는 창원·양산,대구 주위의 경산도 신도시다.

나름대로 도시성격을 규정하고 계획에 따라 만든 도시다.

앞으로도 늘어나는 도시나 주택개발수요는 기존 도시 일부를 확장하거나 신도시 형태로 수용할 수밖에 없다.

난개발이 이루어지는 것은 개발수요가 있다는 뜻이며,신도시를 만드는 것은 이같은 개발수요를 계획적으로 관리하자는 것이다.

신도시와 관련된 가장 첨예한 논점은 신도시가 ''수도권 인구집중''을 초래하지 않겠느냐는 점이다.

인구의 도시집중은 기반산업 부문의 고용증대에 기인한다.

신도시는 주택건설이 주목적이므로 인구유입 효과는 극히 미미하다고 볼 수 있다.

오히려 수도권 출신 의원들에 의해 추진되고 있는 공장총량제의 폐지 등을 담은 수도권정비계획법의 개정작업이야말로 수도권정책에 역행하는 행위다.

경기도는 이곳에 벤처밸리를 만들자고 하는데,이것 역시 고용증가를 유발할 것이며 인구유입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신도시는 ''난개발''을 ''계획개발''로 유도,난개발로 무질서하게 야기될 환경문제·교통문제를 집중 처리할 수 있다.

다만 판교는 서울과 인접해 서울의존적 베드타운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높다.

이에 대비,정책적으로 서울의 일부 기능을 분산 수용하도록 함으로써 점차 자족성을 확보해 나가도록 계획되어야 할 것이다.

결론적으로 ''신도시''란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니다.

지금까지 토공·주공·지자체 차원에서 소극적으로 공급해 왔던 계획토지를,보다 적극적으로 한다는 뜻이다.

이것은 아주 적절한 것이고,앞으로 꾸준히 그리고 신중히 추진돼야 한다.

정치논리로 좌우될 것이 아니다.

그리고 이 기회에 우리 토지제도를 보다 개혁적으로 보완했으면 한다.

토지규제가 너무 헐거워진데다 계획행정은 이를 뒤따르지 못하고 있다.

한편으로는 정치권의 요구대로 그린벨트를 풀고,다른 한편에서는 난개발대책을 만든다고 하는 것은 앞뒤가 안맞는다.

판교지역이 개발되면,보존되어야 타당한 주변지역에도 개발민원이 드세질 것이다.

따라서 ''선계획 후개발''의 원칙이 토지제도에 정착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