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 SK생명보험 대표이사 wspark@mail.sklife.co.kr >

고대 그리스 신화에 파에톤이라는 비극적인 인물이 등장한다.

태양신 아폴론이 인간여자와 사통해 낳은 아들인 파에톤은 성장하여 아버지를 찾아 나선다.

아버지 아폴론은 자신을 찾아온 아들을 반갑게 맞으며 부자의 연을 증명해 주기 위해 무엇이든 한가지 소원을 들어주마고 약속한다.

모든 신화에서 그러하듯 ''무엇이든 가능한 소원''이란 곧 비극을 암시하는 메타포가 된다.

신의 아들이지만 인간의 한계를 넘지 못하는 파에톤은 아버지의 권위를 증명하는 태양수레를 하루만 몰 수 있도록 해달라고 간청한다.

다른 신들도 견디기 어려운 태양수레의 열과 높이를 그가 어찌 이겨낼 수 있었으랴.

세상을 밝히는 빛이 되어 보겠다는 지나친 욕망으로 인해 세계는 하룻동안 아비규환 속에 빠지게 되고,결국 그는 제우스의 벼락에 맞아 불타 죽게 된다.

최근 방만한 기업운영으로 생사의 갈림길에 이른 많은 기업들이 사회에 큰 불안감을 던져주고 있다.

또 각종 이권과 관련된 사회지도층의 어두운 모습들이 언론지상을 끊이지 않고 장식해 애꿎은 서민들의 마음을 멍들게 하고 있는 요즘이다.

기업을 경영하는 사람의 하나로서 이런 일들을 접할 때마다 경각심이 들곤 한다.

자기 자리에 맞는 분(分)을 지켜 행동했더라면 지금과 같은 고초는 겪지 않았으리라.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고 했던가.

독에 물을 채우더라도 너무 욕심을 부리면 넘친 물에 옷을 적시게 마련이다.

사람들은 늘 ''아직은 괜찮아''하는 자기합리화 속에 더욱 더 큰 욕심을 부리곤 한다.

꼭 지금 실패로 판명된 경우 뿐이 아니다.

우리 주변엔 없는 살림에 빚을 내어 더 큰 집으로 이사하고,더 높은 배기량의 차를 사들이는 것을 자랑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허리띠를 졸라매자는 오래된 격문만으로는 더 이상 과소비에 대한 욕망을 잠재우지 못하는 세상이다.

서경(書經)에 ''만초손(滿招損)하고 겸수익(謙受益)''이란 말이 있다.

가득하면 손해를 부르고,겸손하면 이익을 받는다는 뜻이다.

''지나침(過)은 곧 화(禍)''라는 것을 우리는 알면서도 지키지를 못한다.

넘치는 욕심을 덜어내고 그만큼 부족하다 생각하던 부분들을 채워갈 때 모두가 웃으며 살 수 있는 길이 열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