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점가에 신화(神話)바람이 거세다.

''이윤기의 그리스 로마 신화''가 인문학 분야 베스트셀러 행진을 계속중인가 하면 핸콕의 ''신의 거울'',비얼레인의 ''살아있는 신화'',캠벨의 ''천의 얼굴을 가진 영웅'',벌핀치의 ''그리스와 로마신화'',이주헌의 ''신화, 그림으로 읽기''도 인기다.

그리스 로마 신화는 물론 인도 중국 이집트등의 신화를 담은 책들이 쏟아지고 있다.

2∼3년이면 과거 30만년동안 쌓인 양만큼의 정보가 생겨난다는 디지털시대에 고대의 신화가 읽히는 건 무엇때문인가.

신화는 인류문명의 근원을 밝히는 코드이자 인간의 존재와 행동에 숨겨진 뜻을 푸는 실마리를 제공한다.

전능한 힘을 지녔으면서도 질투때문에 죽음을 자초하는,너무도 인간적인 그리스 로마 신화의 주인공들이 벌이는 싸움엔 선과 악의 투쟁,고통을 견디고 삶의 가치를 깨닫는 과정이 들어 있다.

2000년 한국에서 신화가 뜨는 건 바로 이처럼 혼돈과 어둠의 시대에 삶의 방향을 제시하기 때문으로 여겨진다.

상상력과 지혜의 집결체인 만큼 합리적으로 해결되지 않는 일도 간단히 해명, 삶의 길을 잃은 사람들을 사로잡고 있다는 것이다.

청소년의 컴퓨터게임및 판타지소설 붐도 신화붐과 무관하지 않다고 한다.

게임 등의 주요소로 괴물이 나오면서 메두사 휘드라 미노타우르스 키마이라 페가소스등 몬스터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는 얘기다.

여기에 국내 최고의 번역가로 꼽히는 이윤기씨의 쉬운 번역이 결정적 역할을 했음도 부인하기 어렵다.

그리스신화를 모르고선 서양문화를 제대로 이해할수 없는데도 까다로운 이름과 일본판 중역에 따른 엉터리번역때문에 읽기 힘들었는데 이씨가 재미있게 풀어씀으로써 접근하기 좋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현대문명도 어쩌면 신화가 만든 시행세칙에 지나지 않을지 모른다는 이씨의 얘기는 흥미롭다.

''퀴베르네테스(Cybernetes)는 대장장이 신 헤파이토스가 발명했다는,키잡이가 내장된 로봇이다.

이것이 20세기초 학자들이 인공두뇌학으로 이름붙인 사이버네틱스다.

Cyber라는 말이 없으면 얘기가 안되는 시대를 연 건 신화지 다른게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