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산업이 총체적인 위기를 맞고 있다.

오랜 건설경기 침체에다 업체난립으로 경영난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으며, 취약한 재무구조에 신용경색까지 겹쳐 이대로 가면 업계전체가 공멸할지 모른다는 위기의식이 높다.

업계와 관계당국은 왜 사태가 이 지경이 됐는지 철저히 검토하고 우리 건설산업을 살릴 근본대책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현재 워크아웃 법정관리 화의 등에 들어가 있는 건설업체 수는 모두 1백12개사로,이들의 매출규모는 건설업계 전체매출의 34.4%인 25조4천7백억원에 달하며 종업원수는 건설업 고용인원의 15.7%인 3만5천여명이나 된다.

손꼽히는 국내 건설업체들인 현대건설 대우건설 동아건설이 모두 워크아웃·법정관리에 들어가거나 부도위기에 몰린 현실이 국내 건설업계의 한계상황을 단적으로 말해준다고 하겠다.

상황이 이렇게 심각해진 원인은 매우 복합적이라고 생각한다.

우선 외환위기 이후 공사물량이 크게 준데다 금융구조조정 지연으로 인해 자금난이 심해졌고 건설업 등록기준완화 여파로 업체들이 난립해 채산성이 더욱 악화되고 있다.

하지만 근본원인은 불투명한 경영관행과 불합리한 하청구조, 그리고 단순시공 위주의 운영으로 인한 경쟁력 상실 때문이라고 본다.

올 8월까지의 해외수주실적이 지난해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는 사실이 이같은 시각을 뒷받침해주고 있다.

당장의 위기상황을 돌파하기 위해 업계에서 요구하는 운영자금 긴급지원이나 사회간접자본 공사물량 확대와 같은 응급조치가 필요하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이런 단기대책 만으로는 국내 건설산업이 살아나기가 힘들다고 본다.

입찰제도 개선을 통한 적정수익성 보장, 기획 설계 엔지니어링 감리 등 고부가가치 기술축적, 공정경쟁을 촉진하기 위한 하도급질서 개혁 등의 조치가 단행돼야 한다.

또한가지 시급한 현안은 건설금융제도를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일이다.

지금 건설업계가 겪고 있는 심각한 자금난이나 해외공사 수주부진도 따지고 보면 금융부실에 따른 신용경색 탓이 크기 때문이다.

공사이행을 보증하는 건설공제조합이나 대한주택보증이 하나같이 심각한 재정위기를 겪고 있는 것 자체가 낙후된 국내 건설금융의 현주소를 말해준다.

앞으로는 우리도 선진 외국처럼 수익성을 철저히 검토해 국내외 금융기관들로부터 자금을 조달하는 프로젝트 파이낸싱이 건설금융의 주류가 돼야 한다.

이를 위해 필요하다면 공사단위별로 독립회계를 시행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