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그룹의 실질적인 오너인 정몽헌 현대아산 이사회 회장이 6일 건설이외 계열사 주식을 매각하겠다고 밝혀 현대건설을 회생시키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이는 정부와 채권은행단의 감자및 출자전환 동의 요구를 거부함을 우회적으로 표현한 것이기도 하다.

또 경영권박탈에 관한 한 받아들일 수 없다는 단호한 메시지가 담겨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정 회장의 보유주식 처분결정을 전한 손광영 현대건설 이사는 "지금 출자전환을 얘기할 단계가 아니다"고 말해 이러한 해석을 뒷받침했다.

일각에서는 정 회장이 현대건설을 제외한 모든 계열사 지분을 포기하는 형태로 그 동안 정부와 채권단이 줄기차게 요구해왔던 사재출자를 최대한 수용하는 자세를 보임으로써 현대건설 출자전환 내지 법정관리와 관련한 정부및 채권단의 부담이 더 커졌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현대건설은 정 회장의 사재출자 결정과는 별도로 이미 자구안에서 밝힌 대로 현대상선(8.5%)등 계열사 주식을 연내 모두 처분할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유동성문제가 더 악화되더라도 다른 계열사들에 미치는 파장은 최소한으로 줄어들게 된다.

현대그룹으로서는 이번 결정이 출자전환을 거부하면서 만약의 사태에도 대비하는 다목적 포석인 셈이다.

현대그룹 관계자는 이와 함께 정몽헌 회장이 직접 나서서 현대건설의 고강도 자구책 마련을 진두 지휘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대건설 문제가 심각한 만큼 여느 때와는 비교할 수 없는 강도높은 자구방안이 심각하게 모색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자구책에는 정주영 전명예회장의 사재출연과 함께 계열사들이 "십시일반"해서 현대건설이 보유한 현대아산 현대석유화학 등의 비상장사 주식을 매입해 주는 방안이 포함돼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건설이 보유중인 현대아산 지분은 19.8%로 추정 매각대금이 8백90억원선으로 추정된다.

정 회장은 이날 오전 계동사옥 집무실에서 김윤규 현대건설사장,박종섭 현대전자 사장,김충식 현대상선 사장,정재관 종합상사 사장 등 주요 계열사 사장단 회의를 주재,이같은 방안을 협의했다.

이날 사장단회의에서는 일부 우량계열사 매각 등 현대건설 차원을 뛰어넘는 현대그룹 전체의 유동성 확보대책도 논의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일부에서는 정 전명예회장 일가와 친족들이 자금을 분담해 서산간척지를 현대건설 희망 가격인 3천억원 이상으로 매입하는 방안도 고려되고 있는 것으로 전했다.

이들의 자금지원이 이뤄질 지는 미지수지만 현대건설 현임직원들과 퇴직 임직원모임인 현건회에서도 서산간척지 매입을 위한 모금운동에 들어간 상태여서 조만간 가시적 성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채권은행단에서는 일단 현대건설이 3천8백억원을 자체 조달하면 단기 유동성에는 문제가 없다고 보고 있다.

따라서 서산간척지가 일부라도 매각되면 현대건설의 자금사정에 숨통을 열어줄 것으로 보인다.

현대그룹 고위관계자는 "우선 단기 유동성 확충에 초점을 맞춰 가능한 모든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면서 "외환은행 실무자들과의 협의를 거쳐 곧 자구안을 제출할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현대건설은 4천억원 선으로 알려진 이번주 중 만기도래 차입금에 대해서는 상환및 만기연장 등을 통해 충분히 막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문희수 기자 m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