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헌 현대아산 이사회 회장이 건설을 제외한 모든 계열사의 주식을 매각키로 함에 따라 현대 계열사들은 형식적으로는 독립 경영의 기반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평가된다.

지분매각으로 정 회장이 계열사들을 지배할 수 있는 끈이 없어지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현대그룹의 모양새는 종합상사가 지주회사가 되고 현대엘리베이터-현대상선-증권,전자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를 갖추게 된다.

그러나 각 계열사들을 지배해온 정 회장의 오너십이 사라지고 회사마다 지배적 대주주가 명확하지 않다는 점에서 계열사의 독립성이 강화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정부가 정 회장을 현대그룹으로부터 분리시키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갖고 있다는 점도 이같은 분석의 신빙성을 높여주고 있다.

이와 함께 향후 현대그룹에 대한 현대중공업의 입김이 강화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중공업은 현재 전자(7.01%)와 증권(3.24%),고려산업개발(29.57%),종합상사(8.82%)의 주식을 골고루 갖고 있기 때문이다.

지주회사격인 종합상사의 명목상 단일 최대주주가 된다.

특히 중공업의 명성과 자금력을 고려할 때 당분간 현대 계열사에 대한 중공업의 입김이 세어질 것은 자명한 일이다.

그러나 이같은 분석은 표면적인 것일 뿐이라는 견해도 있다.

증권사의 한 애널리스트는 "정 회장이 우량 계열사를 놔두고 쓰러져 가는 현대건설에만 매달린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즉 현대건설을 포기하고 현대상선을 통해 다른 우량 계열사들의 경영권을 계속 유지할 수도 있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이에 대해 현대측은 "몽헌 회장이 현대건설을 살리는 것에 모든 것을 걸었다"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과거 정 회장이 현대전자의 지분을 팔고 사실상 지주회사인 상선 지분을 인수,지배권 강화를 추진했던 전례에 비춰볼 때 언제든 이 계획은 부활할 수도 있다는 게 업계 일각의 시각이다.

최근 현대건설이 갖고 있던 상선 지분을 현대엘리베이터로 옮겨놓은 것도 일단 이번 상황을 피하고 보자는 의도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특히 정 회장이 스스로 밝힌 퇴진 의사를 번복하고 경영 일선에 복귀한 점도 이번 발표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는 견해도 있다.

따라서 정 회장이 향후 상선 등 다른 계열사 지분을 인수할 것인지와 정부가 정 회장의 경영 복귀에 대해 어떤 입장을 취할 것인지가 향후의 현대그룹 지배구조를 결정할 주요 변수인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김용준 기자 juny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