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이 이번주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는다.

정부와 채권단은 현대가 시장이 수긍할만한 자구안을 마련치 못할 경우에 대비해 "감자 및 출자전환"이라는 대안을 제시했다.

현대건설은 지난 3일 채권단 결의에 따라 앞으로 진성어음 등 결제자금은 혼자 힘으로 막아야 하는 입장에 처했다.

"특단의 자구책"을 마련하지 못할 경우 "경영권 박탈후 채권단 인수" 또는 "법정관리"의 양갈래 길중 하나로 가게 될 전망이다.

<> 금주가 고비 =현대건설은 6일에 9백억원규모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 풋옵션이 돌아온다.

9일은 삼성생명이 보유하고 있는 2백50억원의 회사채 만기일이다.

이를 포함, 이달말까지 만기가 돌아오는 차입금은 4천23억원이다.

이중 국내 차입금은 금융기관이 만기를 연장해 준다고 하더라도 해외차입금은 자체 자금으로 결제해야 한다.

여기에다 자체자금으로 막아야 할 진성어음도 매월말 1천5백억~2천억원에 달한다.

사실상 현재로서는 이를 자력으로 막는다는게 불가능한 상황이다.

현대건설 총여신중 1조2천억원 가량을 보유하고 있는 2금융권이 만기연장해 합의할지도 아직 미지수다.

이들은 그동안에도 만기가 되는 현대건설 여신을 계속 회수해 왔다.

현대건설이 이달중 확보가능한 자금은 4백41억원으로 추정되는 영업이익뿐이다.

그러나 유동성위기가 생기면 언제든지 "버림받을"수 있다는 점을 채권단이 공표한 만큼 공사수주처로부터 기성액이나 아파트분양대금 등도 제대로 받기 어려울 수도 있다.

<> 법정관리 등에 대비 =채권단은 현대건설에 특단의 자구책을 강도높게 요구하고 있다.

진념 재정경제부 장관이 말한대로 정씨 일가 차원에서 대출이나 출자 등을 대안으로 논의하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방안이 나오지 않을 경우 현대건설은 법정관리에 들어갈 수 밖에 없다고 정부측은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법정관리에 넣었을 때의 파장이 상당하다는 점은 정부로서도 고민거리다.

국내 건설업계의 해외공사 수주는 사실상 끝나는 것이나 마찬가지기 때문이다.

정부와 채권단이 감자와 출자전환이라는 제3의 대안을 마련한 것도 이런 고민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부도처리후 법정관리라는 최후의 카드를 쓰기 전에 감자와 출자전환을 통해 경영권을 채권단에게 넘기라는 얘기다.

김경림 외환은행장이 이날 "감자와 출자전환에 대한 주주동의서를 요구할 방침"이라고 밝힌 것도 이같은 수순을 밟기 위한 사전 포석으로 해석된다.

채권단은 또 현대건설이 무너질 경우 다른 계열사에 미치는 파장을 고려해 이들 현대계열사에 대해서도 자구계획을 받기로 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현대건설 문제가 다른 계열사들에 미치는 파급영향과 함께 해결책도 찾으라는 의미"라고 풀이했다.

정씨 일가의 사재출연을 강제하기 위해 현대건설의 문제를 그룹 전체로 확대하겠다는 압박수단인 셈이다.

오형규.김준현 기자 o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