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3 기업퇴출''로 지난 IMF위기상황에 이어 ''제2차 실업대란''이 발생할 것으로 우려된다.

실직자들을 공공근로사업으로 흡수하기 위한 실업대책 예산은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그렇다고 고용보험기금에서 주는 실업급여만으로 실직자 가정이 추운 겨울을 나기는 역부족이다.

정부는 실업률이 점차 내려가는 추세를 과신,내년도 관련 예산을 올해보다 잔뜩 줄여놓은 상태다.

국회 심의과정에서 특단의 조치가 마련되지 않는 한 실업자의 고통은 자칫 장기화될 수 있다.

노동전문가들은 실업지원 프로그램을 강화하지 않은채 섣불리 구조조정을 강행할 경우 노동계 반발은 물론 빈곤층 양산에 따른 사회적 부담 급증이란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5일 한국신용정보와 통계청 등에 따르면 11·3 조치에 포함된 정리대상기업의 근로자는 모두 9만3백92명.

이 중 당장 실직하게 되는 청산기업의 인원은 2만여명에 이른다.

여기에 연쇄도산 위기에 놓인 하도급업체 근로자 등을 포함할 경우 수개월내에 최소한 10만명 이상이 일자리를 잃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관련,건설산업노동조합연맹은 "이번 조치로 건설실업자가 기존의 50만명에서 70만명으로 20만명 이상 늘어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노동계에서는 지난 9월 80만4천명이었던 실업자수가 연말에는 90만명을 돌파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일단 퇴출을 면하긴 했지만 신규 대출이 금지된 현대건설과 쌍용양회마저 도산이라는 비운의 결말을 맞을 경우 실업자수는 당장 1백만명선을 훌쩍 넘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게다가 금융권에서도 3천여명에 달하는 추가 감원이 단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경기가 급속히 하락하는 현실에서 신규 실업자가 일자리를 얻기도 ''하늘의 별따기''다.

일용직 근로자들이 주로 찾는 인력시장에서는 하루 일당이 2만5천원으로 떨어졌는데도 불구하고 1주일에 이틀 이상 일거리를 구하기가 어려울 정도다.

사정이 이같은 데도 대량 실업에 대한 정부의 대책은 사실상 전무하다.

노동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공공근로사업 예산은 일찌감치 소진됐다.

올 상반기 중 전체 예산 1조4천4백억원 가운데 대부분인 1조1천억여원 가량을 써버렸다.

총선을 겨냥한 선심성 정책 영향이 컸다.

하반기에 남은 예산 3천1백여억원으로 13만7천명에 달하는 공공근로자에게 3개월간 일당을 주기에도 부족한 상황을 맞았다.

다급해진 관련 부처들이 추가로 예산을 신청했지만 충분히 반영되지 못했다.

지난 10월13일 통과된 추경예산안에서는 공공근로자금으로 당초 요구액 1천5백억원보다도 3백억원이 삭감된 1천2백억원만을 배정 받았다.

또 기초생활보장기금도 5백억원을 추가로 신청했으나 절반에 불과한 2백50억원으로 줄어들었다.

내년도 예산 역시 이리저리 깎아 맞추다보니 공공근로와 한시적 자금지원 등에서만 신청액보다 1조1천억원이 삭감됐다.

한국노총 관계자는 "일방적인 기업퇴출로 노동자만 죽게 됐다"며 "장밋빛 환상에 젖은 정부의 안이한 실업대책으로 갈곳 없는 실업자들의 고통이 가중되게 됐다"고 주장했다.

장유택 기자 changy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