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기업 퇴출 여파로 연말 노사관계가 올들어 최악의 국면으로 내몰릴 것으로 우려된다.

일자리를 잃게 된 퇴출기업 근로자들은 당장 생존권 보장 투쟁에 나설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건설업체 근로자들은 총파업을 추진중이기도 하다.

그렇지 않아도 근로시간 단축 문제 등으로 노사가 대립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이번 기업퇴출은 노사관계엔 심각한 악재가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간 ''투쟁 동력''이 없어 고민해온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은 ''11.3 퇴출''을 철저히 활용한다는 전략이다.

공기업 구조조정에 반대하는 공공분야의 노조까지 동원, 총파업으로 밀고갈 방침이다.

이를 통해 근로시간 단축 등 이른바 제도개선 과제투쟁에서 최대한 ''전리품''을 이끌어 낼 계획이다.

경제계에서는 노동자 단체와 실직 근로자들의 극한투쟁이 대외 신인도와 경제 연착륙에 장애요인으로 작용할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 퇴출노동자 극한투쟁 =이번에 가장 많은 기업이 퇴출당한 건설 분야의 반발이 특히 거세다.

건설산업연맹은 7일과 8일 각각 금감위 청사 앞과 서울역에서 집회를 개최한 뒤 오는 29일부터 2만5천여명의 조합원이 총파업에 돌입키로 했다.

여기에 타워크레인노조와 건설운송노조(레미콘)원이 동참할 예정이어서 건설공사의 무더기 차질이 우려된다.

연맹 관계자는 "이번 퇴출판정은 4년째 경기침체를 겪고 있는 건설산업과 2백만 건설노동자를 죽음으로 내모는 행위"라며 "정부가 건설산업에 10조원의 공적자금을 투입하고 생존권 보호대책을 시급히 마련하지 않을 경우 정부수립이후 처음으로 건설현장에서 총파업 투쟁이 벌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개별 사업장 근로자들의 반발도 심하다.

삼성상용차 직원들은 재취업 보장 등이 이뤄질 때까지 강도 높은 투쟁에 나서기로 했다.

대한통운노조는 고속도로 저속운행 시위를 계획하고 있다.

이로 인해 최악의 경우 물류대란이 빚어질 수도 있다.

◆ 공공부문 가세 =구조조정이 임박한 공기업 노조의 움직임도 부산하다.

한국노총 공공부문 노동조합협의회와 민노총 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동조합연맹은 공동투쟁을 벌이기 위해 이미 지난달 공공부문노동조합 연대투쟁대표자회의(공공연대)를 결성해 놓은 상태다.

공공연대는 일방적인 구조조정을 저지하기 위해 오는 14일 결의대회와 21∼24일 국회 앞 농성투쟁을 계획하고 있다.

특히 오는 30일을 ''공동행동의 날''로 정해 강력한 시위를 벌일 예정이다.

이들은 30일 모든 사업장에서 2∼4시간 동안 부분파업을 벌이거나 집단조퇴, 총회 투쟁 등 ''불복종운동''에 나서기로 했다.

만일 국회에서 전력산업구조개편법 등 관련 법안을 심의하거나 통과시킬 움직임을 보일 경우 철도와 전력노조 등을 중심으로 총파업에 들어가기로 했다.

◆ 양대 노총의 반발 =한국노총은 노사정위원회에서 노조전임자 급여지급 자율화, 근로시간 단축 등에 대한 논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경우 오는 11일께 노사정위 활동을 중단하고 장외투쟁을 선언할 계획이다.

민노총에 이어 한국노총마저 노사정위에서 사실상 탈퇴할 경우 제도권 내에서의 노동개혁과제 논의가 중단된다.

한국노총은 이와는 별도로 오는 19일 여의도에서 전국노동자대회를 개최한 뒤 12월 5일 시한부 파업, 8일부터는 총파업에 들어가기로 했다.

민노총도 오는 12일 조합원 3만여명이 참가하는 가운데 서울 대학로에서 전국노동자대회를 개최한다.

민노총은 29일까지 산하 노조에서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거쳐 조합원들의 총의가 모아지면 이른 시일내 총파업에 들어갈 계획이다.

최승욱 기자 swcho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