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이 서울의 강남고속버스터미널에서 문을 연지 5일로 한달을 맞았다.

신세계는 열세 만회를 위한 ''히든카드''로 내놓은 강남점을 내세워 고급상권의 심장부를 공략하고 있다.

개점 이래 각종 사은품 및 경품행사로 공세를 계속하고 있다.

강남의 ''터줏대감''격인 현대백화점 갤러리아백화점과 한판 승부를 꾀하고 있다.

그러나 출발부터 순조롭지 않다.

고속버스터미널에 들른 사람들이 다시 찾아오면서 매장이 북적대고 있다.

그러나 매출(평일 하루기준)은 10억∼15억원선에 머무르고 있다.

목표치의 70%선에 불과하다.

''외화내빈(外華內貧)''이다.

10월부터 강남상권에도 경기부진의 여파가 몰아닥치면서 주변의 상류층 고객을 끌어들이지 못한데 따른 것이다.

당초에 겨냥했던 고급소비자 공략에 제동이 걸리고 있는 셈이다.

신세계 강남점만 부진한 것은 아니다.

롯데백화점이 ''고급화''를 선언하고 지난 6월에 선보인 강남점(옛 그랜드백화점)도 하루 평균 매출이 10억원에도 못미치고 있다.

기대치인 하루 15억원에 훨씬 못미치고 있다.

터줏대감격인 현대백화점도 불경기에다 신규참여업체의 시장잠식으로 고전하고 있다.

강남권의 대형백화점들이 몸살을 앓고있는 것이다.

과당경쟁으로 어려움이 가중되면서 한동안 잠잠하던 백화점간 인수합병(M&A)설이 다시 불거져 나오고 있다.

''대형 백화점간 출혈경쟁이 지속된다면 공멸할 수도 있지 않느냐''는 우려까지도 나오고 있다.

''신세계와 롯데의 강남점 효과''는 일단 부정적이라는 게 시장의 반응이다.

◆ 강남상권 판도변화=10월 이후 매출이 지난해에 비해 줄어들면서 기존 백화점과 새로 진출한 백화점간 공방이 뜨거워지고 있다.

서초 강남구를 중심으로 한 강남지역의 지난해 백화점 매출은 현대 압구정점이 4천8백41억원,무역점이 4천8백45억원,갤러리아 압구정점이 2천7백32억원이었다.

점유율은 현대압구정점 39%,무역점 39%,갤러리아 22%였다.

그러나 신세계가 강남에 진출한 올 10월의 현대 압구정점 매출은 5백9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 줄었다.

무역점도 5백4억원으로 12% 줄었다.

현대2개점이 각 25%로,갤러리아가 16%로 점유율이 각각 떨어졌다.

이 기간에 롯데 강남점의 매출은 3백5억원으로 전체의 15% 안팎을 차지했다.

신세계 강남점도 오픈행사 등으로 18%인 3백7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후발업체들이 기존시장을 잠식한 것이다.

◆ 제살깎아 먹기식 출혈경쟁=이들 백화점은 10월말부터 대규모 사은품행사에 들어갔다.

올초 정기세일 외에는 한해에 두번만 실시키로 했던 사은품행사 자율규제를 깨트린 것이다.

백화점들은 창립기념일 등 각종행사 명목으로 구매액의 10%에 해당하는 상품권을 사은품으로 주고있다.

백화점카드 회원에 대해 추가로 5%를 할인해 주고 있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사은행사로 매출이 30% 이상 늘어야 손익이 균형을 이룰 수 있다"며 "최근행사로 매출은 늘지 않고 광고 판촉비만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백화점의 부진여파가 협력 업체로까지 번지고 있다.

백화점들은 광고 판촉비의 상당부분을 입점 업체에 떠넘기고 입점 수수료율을 올리고 있다.

반면 유명백화점들간 상류층 소비자유인을 위한 수입명품의 유치경쟁도 뜨거워지고 있다.

이로 인해 해외명품 브랜드의 입점 수수료율은 지난해 10%대에서 올들어서는 오히려 8∼9% 수준으로 떨어졌다.

◆ 판도에 지각변동 올 것인가=신세계백화점은 최근 회사명을 내년 초에 신세계로 바꾼다고 발표했다.

무게중심을 백화점에서 할인점으로 옮겨가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현대백화점도 최근 백화점 사업에 힘을 집중시키기 위해 호텔?휴게소 사업을 맡을 회사를 따로 설립키로 했다.

구조조정 움직임도 가시화하고 있다.

현대는 내년 하반기로 잡았던 서울 목동점과 미아점의 개점 일정을 재조정중인 것으로 알려졌다.신세계도 내년 초 착공키로 했던 본점 재개발사업 일정을 조정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강남에서 한판승부가 벌어지면서 물밑으로 잠복해 있던 대형M&A설이 다시 떠돌기 시작했다.

10월중순 귀국한 롯데그룹 신격호 회장이 백화점 인수를 위해 4천여억원의 자금을 준비하고 있다는 설이 퍼지고 있다.

롯데 현대 신세계 등 ''빅3''중 한 업체가 2∼3개 점포를 매물로 내놓았다는 얘기도 흘러나오고 있다.

황의록(유통학회 회장) 아주대 교수는 "대형 백화점들은 수익성보다는 외형위주의 팽창 전략을 펼쳐왔다"며 "수익중심의 경영을 하지않을 경우 구조재편시기가 앞당겨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제살깎아먹기식 출혈경쟁은 백화점 업계를 벼랑끝으로 몰고갈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최인한 기자 jan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