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계약자들에게 공사이행을 보증해주는 대한주택보증의 재정상태가 심각하다고 한다.

지난해 6월 파산상태인 주택공제조합에 1조5천억원의 국민주택기금을 쏟아부어 새 출발한지 불과 1년반도 안돼 또 이 모양이니 큰 일이다.

관계당국은 문제를 덮는데만 급급할 것이 아니라 이번 기회에 선분양제 폐지와 같은 근본적인 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다.

대한주택보증의 재정상태가 얼마나 심각한지는 자본금 1조5천억원인 이 회사가 회원사들에 대출해준 2조4천억원 중 절반이 넘는 1조2천5백17억원이 사실상 회수불가능이라는 사실 하나만 봐도 짐작할 수 있다.

그 원인은 주택경기 장기침체와 주택건설업체의 난립으로 인한 도산사태 탓이다.

문제는 주택공사 중단이 몰고오는 정치·사회적 파장이 크다는 점이다.

따라서 중소 주택건설업체들에 지급보증을 해줘 주택공급물량을 늘리고, 시공회사가 도산할 경우 공사를 승계해 계약자 피해를 최소화해주는 일이 필요했다.

하지만 지금은 이 제도가 도덕적 해이를 조장하고 보증을 선 회사들의 연쇄도산과 부실채권 누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같은 악순환을 차단하자면 선분양제에서 후분양제로 전환하는 수밖에 없다고 본다.

그래야 부실시공도 막고 시공회사가 도산하더라도 파장을 최소화할 수 있다.

요즘은 주택보급률도 90%대에 이르고 사업성만 있으면 금융기관의 대출을 받기도 어렵지 않은 만큼 시행여건은 좋다.

이밖에 주택건설업체의 난립도 막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주택건설업체의 금융부담이 커지겠지만 분양계약자의 금융부담이 전가되는 것 뿐이며,일시적인 주택공급물량 감소도 우려되나 더이상 물량위주의 주택정책을 펼 때는 지났다고 본다.

다만 주택시장에 심리적인 충격을 줘 집값이 들먹일 수도 있는 만큼 주택규모별 지역별로 후분양제를 단계적으로 시행하는 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