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양회를 비롯 고합 진도 갑을 갑을방적 등 대기업들이 모두 회생의 길을 걷는다.

주채권은행들은 이 기업들이 자구노력 등을 통해 충분히 경영정상화가 가능하다고 판정했다.

''대마불사(大馬不死)''라는 속설을 입증한 이들 기업의 향후 전망을 알아본다.

◆쌍용양회=일본 태평양시멘트로부터 3천6백억원의 외자를 유치했다.

조흥은행과 산업은행이 각각 1천억원어치씩 전환사채(CB)를 인수했다.

앞으로 한아름종금도 CB 1천억원을 사줄 예정이다.

하지만 이 정도로는 3조5천억원대에 달하는 빚을 감당하는데는 무리다.

채권단이 막판까지 쌍용양회의 회생여부를 놓고 진통을 벌인 이유다.

채권단은 따라서 쌍용양회에 대해 강도높은 자구계획을 전제로 ''조건부 회생판정''을 내렸다.

가장 중요한 것은 연말까지 쌍용정보통신 지분을 팔아 7천억원대의 자구대금을 마련토록 한 것이다.

위성복 조흥은행장은 "자구계획을 이행 못할 경우 법정관리나 워크아웃 결정후 감자와 출자전환 등을 통해 경영권을 채권단이 인수하는 등 강력한 제재조치를 취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고합=주채권은행인 한빛은행은 고합을 단기 유동성 위기가 없는 기업으로 분류했다.

지난 9월말 현재 가용현금이 1천억원 수준으로 자금압박을 전혀 받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한빛은행은 고합이 워크아웃 계획에 따라 자구노력을 이행하면 현재 3조원의 빚을 2조원대로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 영업이익으로 원리금을 상환할 수 있는 수준으로 파악했다.

그동안 고합은 3천7백억원의 자구계획을 제출해 6월말까지 1천1백75억원을 달성했다.

추가로 울산1단지에 있는 화학섬유 부문 시설을 중국 청도공장과 인도네시아공장으로 이전하거나 해외에 매각할 계획이다.

앞으로는 울산 1단지에 있는 석유화학부분 공장만 남게 된다는 설명이다.

◆갑을 및 갑을방적=갑을과 갑을방적은 워크아웃계획에 따라 합병을 통한 회생작업이 추진된다.

갑을과 갑을방적은 합성섬유 염색 방적 등 업무가 서로 비슷하기 때문에 합병을 추진하는 것이다.

두 회사가 금융권에 지고 있는 빚은 4천6백억원수준.1조4천억원의 빚중 1조원가량을 그동안 줄여왔다.

특히 해외에서 벌이고 있는 면방추 시설사업이 큰 호조를 띠고 있다.

우즈베키스탄 정부및 일본 수출입은행과 제휴해 설립한 우즈베키스탄공장에서 면방추를 수출하고 있다.

총 1백만추 사업이다.

한빛은행은 이같은 해외사업 호조로 연간 2백억-2백50억원의 수익이 들어오는 등 영업이익이 4백억원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이익규모는 연간 금융비용 3백억원을 감당하고도 남는 수준이라는 것이다.

◆진도=기업구조조정전문회사(CRV)를 통해 해외 투자자를 유치하는 방식으로 회생이 모색된다.

CRV에는 해외투자자의 신규자금외에 채권단도 일부 채권을 출자할 예정이다.

이 CRV를 통해 진도의 사업을 경영정상화하겠다는 계획이다.

현재 채권단은 해외기관에 투자의향을 묻는 편지를 발송해 원매자를 찾고 있다.

따라서 이같은 계획이 최종적으로 성공할 지는 아직 미지수다.

현재 진도의 빚은 1조3천억원규모다.

올 상반기 매출액은 2천6백97억원이지만 영업이익은 마이너스 2백65억원을 기록했다.

서울은행 관계자는 "해외매각이 성공될지는 미지수이지만 채권단과 회사 모두 추가 부담이 없다는 점에서 회생쪽으로 판가름났다"고 설명했다.

김준현 기자 kim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