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비드 크레이그 < 맥쿼리IMM 자산운용 사장 >

최근 부실기업의 퇴출과 관련,주식시장이 반등세를 보이고 있다.

이는 기업구조정이 주식시장에서 큰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는 점을 선명하게 보여주는 것이다.

동아건설의 퇴출결정을 계기로 기업구조조정이 지연되고 있다는 우려감을 일단 가라앉히는데 성공했다.

3일 발표된 부실기업 퇴출결정도 정부나 채권단이 나름대로 고민한 흔적이 엿보인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그러나 더 중요한 점은 그동안 퇴출될 우려속에 있다가 퇴출되지 않은 기업에 대한 사후 관리다.

이들 기업이 분명한 계획을 갖고 재무구조의 개선을 강력히 추진하겠다는 청사진을 시장이 납득할 수 있는 수준으로 제시해야만 할 것이다.

현대건설을 포함한 일부 대기업의 조건부 회생 결정은 대마불사의 면죄부로 해석돼 개혁의 후퇴로 비쳐질 소지도 적지 않다.

정부는 이번 퇴출결정에 적용된 잣대를 투명하게 공개해 퇴출결정과 관련된 시비를 애초에 차단해야 할 것이다.

만약 정부의 의지표명이 약화될 경우 모처럼 회복되기 시작한 기업구조조정에 대한 기대감이 퇴색될 수도 있다.

또한 이번 구조조정을 계기로 앞으로 기업과 금융기관에 부실이 생겨나지 않도록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러자면 재벌그룹의 소유·지배구조를 고치고 은행의 경영시스템을 정비해야 한다.

아울러 구조조정 과정에서 공평한 고통분담의 원칙이 관철되도록 해야 한다.

부실정리에 따른 비용을 부실책임과 부담능력에 맞게 분담하지 않으면 엄청난 부작용을 빚을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동아시아 지역을 포함한 이머징마켓에서 외국인의 주식자금이 이탈하고 있는 경향이 있다.

한국 주식시장도 예외가 될 수 없다.

기업 및 금융구조조정에 대한 정부의 의지가 약화되고 있는 모습을 보인다면 이러한 우려감은 더욱 떨쳐버리기 어려울 것이다.

각국의 주가 수준을 분석해보면 한국의 주가는 기업의 내재가치에 비해 비정상적으로 저평가 돼 있는 편이다.

한국증시를 둘러싼 불확실성만 제거된다면 외국인 투자자들의 신규자금도 봇물처럼 유입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또 국내의 부동자금을 증시로 이끄는 효과도 가져와 강세장의 출연도 기대해 볼 만하다.

특히 주목해야 할 부분은 이번 퇴출 판정에 따른 후유증을 얼마만큼 빨리 효과적으로 진화하느냐다.

금융시장의 혼란과 신용경색,협력업체의 연쇄부실화,대규모 노사분규,경기침체 등 주변에 악재가 즐비하기 때문이다.

이번의 부실기업 정리는 결코 구조조정의 완료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앞으로도 수년간 꾸준히 추진돼야 할 사안이다.

미국 영국 등 선진국에서도 이같은 구조조정이 마무리되는 데는 최소 5년이상 걸렸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그러나 종합적으로 판단해 볼 때 구조조정 지연이라는 불확실성은 상당히 걷혀가고 있다.

미국시장 또한 바닥을 다지는 모습이다.

이에 따라 그동안 주식시장의 발목을 잡아온 악재의 영향력이 점차 소멸되면서 한국 주식시장도 다시 반등세에 들어설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