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기업의 ''살생부''가 윤곽을 드러냈다.

동아건설과 현대건설 쌍용양회 등 ''빅5''중에서는 동아건설만 퇴출대상에 포함됐다.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이 진행중인 성창기업 등과 부실징후기업으로 꼽혔던 성신양회 조양상선 등은 모두 회생가능판정을 받았다.

일각에서는 금융권의 몸사리기가 막판 기승을 부리면서 동아건설을 제외하고는 ''대마(大馬)''들은 모두 살아났다는 지적을 하고 있다.

◆ 구사일생 기업들 =빅5중 현대건설 쌍용양회 고합 진도가 모두 정리대상에서 제외됐다.

현대건설은 추가자구안을 전제로 조건부 회생에 채권단이 뜻을 모으고 있다.

쌍용양회는 3일 열리는 채권단회의에서 외자유치와 출자전환 외에 쌍용정보통신 지분 매각의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회생쪽으로 판정받을 전망이다.

주채권은행인 조흥은행에서 살리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고합은 울산2공장을 해외에 매각하겠다는 자구계획안이 긍정적으로 평가돼 현재의 워크아웃 계획을 계속 추진하는 방안이 통과됐다.

진도는 컨테이너사업부문의 해외매각이 추진되고 있다는 점에서 판정대상에서 제외됐다.

정상기업중 덩치가 커 관심을 모았던 성신양회와 조양상선도 모두 회생업체로 분류됐다.

성신양회는 구조적으로 유동성 문제가 있지만 자구계획과 채권단 지원으로 회생이 가능하다는 판정을 받았다.

조양상선도 해운업체 경기가 되살아나고 있다는 점에서 앞으로 성장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평가받았다.

갑을과 갑을방적 역시 채권단이 워크아웃작업을 통해 두 회사를 합병하는 식으로 구조조정을 추진키로 했다.

◆ 퇴출 가능및 미정기업들 =덩치가 큰 기업중 퇴출이 확정된 곳은 동아건설 정도다.

다른 기업들은 채권단간 최종 의견을 조율중이다.

이중 피어리스는 워크아웃중단을 논의하기 위한 채권단간 서면결의가 진행중이다.

서면결의 결과에 따라 퇴출될 가능성이 높다.

대구지역 건설업체인 서한은 워크아웃중 부도가 나서 법정관리를 신청, 사실상 퇴출대상으로 분류됐다.

이밖에 신동방과 세풍은 매각으로 정리될 예정이다.

일부 워크아웃및 법정관리 기업들도 생존의 갈림길에 서있다.

워크아웃중인 쌍용건설과 남광토건은 퇴출 여부를 놓고 채권단이 이견을 조율중이다.

법정관리중인 우성건설과 워크아웃중인 동보건설 등도 채권단이 찬반 격론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 각 은행들은 정상기업이지만 여신거래규모가 적고 사양산업에 있는 업체 일부를 퇴출대상에 포함시킬 예정이다.

◆ 대마불사 재현되나 =금융계에서는 ''대마불사(大馬不死)의 신화''가 몸통을 감춘 채 재현됐다는 평가를 하고 있다.

현대건설과 쌍용양회 등이 회생쪽으로 방향을 잡고 고합과 갑을 조양상선 등 부실기업 퇴출 때마다 이름이 오르내리던 기업들도 현재의 상황을 계속 유지하는 것으로 결론이 나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계 관계자는 "퇴출대상기업들은 대부분 법정관리나 화의, 워크아웃업체중 실적이 부진한 업체들 뿐"이라며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을 이번 판정으로 잠재울 수 있을지 미지수"라고 말했다.

김준현.박민하 기자 kim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