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인터넷이 보편화되어 "음식점"하고 치면 수백 군데 음식점을 주루룩 리스트 업 할 수 있는데도 주변 사람들은 입 소문이 최고라며 좋은 음식점 소개해 달라는 부탁을 끊임없이 해온다.

귀한 손님을 접대해야 하는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하는 주문은 거의 똑같다.

"맛있고 푸짐하고 저렴한 집".

첫 번째 대답은 "놀부집"(서초동 597-1416, 대학로 3675-9990)이다.

서초동 예술의 전당 앞과 대학로 등에 지점이 있는 놀부집은 1인당 1만원 정도의 예산으로 맛깔스런 반찬이 가득한 한 상을 떡 부러지게 받아먹을 수 있는 집이다.

생활한복을 입은 종업원 둘이 맞잡고 들여오는 상에는 된장찌개,달걀 찜,냉이나물,홍어회,굴비구이 등이 가득하다.

상이 들어오면 점순이,이쁜이 등의 이름표를 단 여 종업원들이 날렵한 가위질로 굴비를 손질하는데 이 가위질이 예술이다.

비늘과 꼬리 떼어내고 내장을 뺀 뒤 뼈를 통째로 들어내어 손님들이 젓가락으로 살점만 그대로 집어먹을 수 있게 순식간에 굴비를 손질해 놓는다.

물론 굴비는 간간하니 "밥도둑"이란 명성에 걸맞게 입맛을 돋운다.

날렵한 가위질을 해주지는 않지만 굴비 맛이 기막히게 좋은 집으로는 인사동의 "신일"(739-5548)을 칠 수 있다.

30명 이상 들어가기 어려운 좁은 공간이지만 식사때면 예약 손님들이 줄을 잇는 곳이다.

순창의 우정식당 주인장 딸이 운영하는 곳이라 고추장,된장은 순창에서 직접 받아먹고 굴비도 꽤 깐깐하게 골라 상에 올린다.

달걀 찜,보쌈,감.콩잎 장아찌,토하.멸치.오징어젓갈 등이 함께 올려진다.

입맛 없을 때 이 집 정식에 고추장을 좀 얻어 밥에 쓱쓱 비벼 먹는 맛 또한 일품이다.

굴비는 생선류 중에는 민어과에 속하는 조기를 말린 것이다.

한자로는 "助氣"라고 쓰는 조기는 머리 속에 단단한 뼈가 있다고 해 석수어라 하기도 한다.

우리 나라의 조기들은 제주 남서쪽에서 겨울을 지내고 2월이면 산란을 위해 북상하는데 4월 초순에 영광 앞 바다쯤에 이르러 알을 낳고 6월엔 연평도 근해에 이르고 7월에 대화도 근해에서 여름을 지내고 다시 남쪽으로 내려간다.

4월에 영광앞 바다에 이른 산란 직전의 조기를 잡아 말린 것이 굴비인데,그 유래는 고려 때까지 올라간다.

고려 16대 인종 때 이자겸이 영광으로 유배를 당했는데 이곳의 말린 조기를 한번 먹어보고는 말린 조기의 맛도 모르면서 정권에만 눈이 어두워 싸우는 조정관리들이 한심해 보였다는 것.

그래서 임금님께 진상하는 말린 조기에 "비(非)에 굴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굴비(屈非)"라는 말을 썼는데 이 영광굴비를 먹어본 인종이 별미라며 매년 진상토록 했다고 한다.

특산품으로 유명한 영광 굴비는 영광에서 잡은 조기에 천일염(1년 이상 보관하여 간수를 뺀 소금)을 뿌려 손으로 켜켜이 잰 뒤 북서풍에 말려 만들어 유난히 맛있다고 소문이 나 있다.

염장하고 말리는 과정이 복잡한지라 그만큼 값도 비싸다.

중국산 굴비가 약간 화장을 하고 영광굴비로 둔갑하는 경우가 간혹 있는데 중국산 조기는 중국 동남쪽에서 나는데 그곳은 수심이 낮고 수온과 플랭크톤의 종류가 영광의 그것과는 다르다.

조기일 때는 별다른 차이를 느낄 수 없고 굴비로 만들어 놓고 봐도 눈으로 구분하기가 힘들지만 막상 조리를 해서 먹어보면 살이 질기고 맛이 없음을 쉽게 알 수 있다.

국산 참조기는 원형의 비늘이 크고 간격이 넓으며 머리 상단부에 다이아몬드 모양이 있다.

잘 안보이면 조기를 바로 세워놓고 머리부분을 눌러보면 알 수 있다.

또한 등 부분이 회색 바탕에 황금색을 띠며 입이 붉은 색을 띠고 눈 주위가 노랗다.

스스로의 식별력에 확신이 없다면 등급별로 갖추어 놓고 주문 배달을 전문으로 하는 "명가어찬"(871-5808) 같은 유통업체에 주문을 해도 된다.

신혜연 (월간 데코 피가로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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