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드득, 후드득"

강천사(剛泉寺)에 다다르자 갑자기 하늘에서 은행이 쏟아져 내렸다.

절 담 바깥에 있는 은행나무위로 누군가 올라가 나무를 흔드는 바람에 길 바닥에는 은행이 지천으로 깔려 있다.

은행 특유의 진한 냄새가 진동했다.

은행을 열심히 봉투에 담는 이들을 자세히 보니 노스님과 비구니였다.

동행한 순창군청 직원말로는 노스님이 주지인 재덕(在德)스님이라고 한다.

뭘 하려고 그렇게 은행을 죄다 따느냐고 묻자 주지스님 답변이 의외로 간단하다.

"아따, 구슬도 꿰야 서말이지. 은행팔아 부족한 상(床)좀 마련하려구"

강천사에는 현재 두 스님만이 기거하고 있다고 한다.

도선국사가 신라 진성여왕 원년(887년)에 이 사찰을 창건해 고려때 크게 번창했다고 하니 천년 가람의 세월이 무상하기만 하다.

강천사는 국내 최초의 군립공원으로 지정된 전북 순창의 강천산내에 있는 절이다.

실제 지명은 광덕산이지만 현지 주민들이 강천산으로 부르고 있는 것도 천년이상의 고찰인 강천사에서 유래된 듯 하다.

강천사는 임진왜란때 12개 암자와 함께 소실됐다가 선조 37년(1604) 철종 6년(1855)에 복원됐다.

그러나 6.25 동란때 완전 소실돼 현재는 고찰로서의 면모를 전혀 찾아볼 수 없다.

야트막한 담으로 둘러쌓인 절 입구에는 사천왕문조차 없다.

재덕스님에게 그 이유를 묻자 "그야 돈이 없으니까 그렇지. 몇 해전만해도 절 살림이 말이 아니었지"라며 퉁명스럽게 답한다.

하지만 강천사는 담 턱이 낮아서 그런지 이웃집에 온 것처럼 포근함과 다정함이 느껴지는 절이다.

절 입구에 3백년 된 모과나무가 운치를 더해 준다.

강천산 단풍은 11월 초순이 절정이다.

매표소에서 강천사를 지나 현수교까지 이어지는 계곡 좌우에 만산홍엽을 이룬 단풍과 병풍을 두른 듯 한 산 봉우리가 산행 발걸음을 즐겁게 해준다.

들뜬 마음으로 콧노래를 부르는 단풍객들을 가는 곳마다 마주친다.

산행은 산책이란 말이 적합할 정도로 평탄한 길이다.

매표소에서 시작되는 산행코스는 강천사까지가 2km로 천천히 걸어도 30분이면 족하다.

본격적인 산행은 현수교에서 전망대로 가는 산길과 승낙바위 또는 북바위까지 돌아오는 길이다.

전망대까지는 매표소로부터 4km.

강천산의 최고 명물은 절에서 5백여m 떨어진 곳에 있는 현수교다.

지상에서 50m 높이인 현수교는 국내에서 최초로 세워진 구름다리로 지날때 출렁임과 아찔함을 만끽할 수 있다.

현수교 밑 쉼터 광장에 잠시 앉아 있다보면 바람이 살짝 스칠때 낙엽이 마치 눈처럼 쏟아져 내리는 장관을 볼 수 있다.

별미여행사(774-5092) 등 답사회에서 이번 주말 강천산 구름다리와 고추장마을 답사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순창=이성구 기자 sk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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