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he Economist ]

과연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은 북한을 방문할 것인가.

매들린 올브라이트 미 국무장관의 방북과 관련,초미의 관심사는 당연히 클린턴 대통령의 임기내 방북문제다.

클린턴 대통령은 브루나이에서 열리는 아·태경제협력체(APEC)정상회담에 참석하기 위해 11월중순 아시아를 방문한다.

그리고 이때 베트남도 방문하기로 돼있다.

그러나 이때 북한을 들를지 여부는 아직 불투명하다.

북한방문시 영접을 받았던 올브라이트 장관은 클린턴 대통령의 방북여부에 대해 명확한 답변을 하지 않았다.

올브라이트 장관은 다만 북한에서 집단체조 관람중 대포동미사일 발사장면이 연출되자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저것이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는 점은 분명히했다.

물론 미사일 시험발사를 하지 않겠다는 약속이 모든 미사일 개발까지 중단하겠다는 것을 뜻하지는 않는다.

또 북한이 이미 만들어 놓은 미사일을 시리아나 이란 등의 국가에 수출하지 않겠다는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과 북한 관계는 전에 비해 분명히 개선됐다.

올브라이트 장관이 북한을 떠나기전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올브라이트 장관의 전자메일 주소를 물어봤다는 것만 봐도 그렇다.

양측은 미사일 실무자간 추가 협상도 벌이기로 했다.

그러나 북한은 만만찮은 협상 상대다.

미사일포기 대가로 그들은 엄청난 물질적인 보상을 제기할지 모른다.

북한은 이미 미국에 미사일 포기대가로 1년에 10억달러씩 최소한 3년간 지원해줄 것을 요구한 바 있다.

따라서 대포동 미사일의 시험발사를 하지 않겠다는 것 역시 조건부 약속인 것으로 보인다.

올브라이트와 회담때 김 위원장은 미국이 북한의 위성발사 기술을 지원해주는 문제와 미사일 포기를 연계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위성발사에는 천문학적인 돈이 들어간다.

북한에 경수로가 완공될 때까지 매년 50만?의 중유를 북한에 공급키로 했지만 의회를 설득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미국 행정부가 북한의 위성발사를 쉽사리 지원할 것 같지는 않다.

이미 북한 경수로 공사비용 45억달러의 대부분을 부담키로 한 한국정부 역시 또 다른 지원은 꺼릴 것이다.

게다가 많은 한국인들은 북한과 미국관계가 급속도로 가까워질 경우 한국이 들러리로 전락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북한은 지난 6월 남북정상회담과 8월 이산가족교환 방문의 대가로 30만?의 비료와 60만?의 곡식을 남한으로부터 받았다.

그렇지만 북한은 추가로 예정된 남한과의 일부 약속을 아직 이행하지 않고 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미 국무장관을 수행한 많은 미국기자들의 취재대상이 됐지만 이들중 누구도 북한에서 본 것에 대해 그다지 좋은 인상을 갖지 않았다.

기자회견중 올브라이트 장관은 평양거리가 아름답다고 ''외교적인'' 칭찬을 했지만 평양은 소련식 시가지 모습을 하고 있었다.

특히 김정일 위원장과 그의 아버지인 김일성을 찬양하는 밝은 색의 선전간판과 네온사인은 눈길을 끌기에 충분했다.

평양은 그 자체로 부정적인 이미지를 갖고 있었다.

전기가 들어오지 않은 곳이 많았고 연료부족으로 밤거리는 어둠침침했다.

겨울철이 되면 북한에서는 더운 물로 샤워를 할 수 있는 유일한 장소인 공중 목욕탕 앞에서 사람들이 긴 줄을 서서 차례를 기다린다.

시내에 자동차라고는 50년 된 러시아산 버스 정도이고 고위관리들이 타는 벤츠가 가끔 보일 뿐이다.

일반인중 자동차를 살 수 있는 사람이 있다 해도 연료가 없어 차를 끌고 다닐수도 없다.

그나마 평양는 나은 편이고 약간만 변두리로 나가면 사정은 훨씬 안좋다.

정리=김선태 기자 orca@hankyung.com

<英 이코노미스트 10월28일∼11월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