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부실대기업 처리방향이 가급적 살리는 쪽에서 ''원칙대로''라는 강공으로 선회했다.

채권은행들이 ''빅3''(현대건설 동아건설 쌍용양회)중 동아건설의 퇴출을 결정해도 일절 관여하지 않고 있다.

또 현대건설이 자구안을 제시해 덮어뒀던 ''출자전환 카드''도 필요하다면 다시 내밀 태세다.


◆ 선회 배경은 뭔가 =정부 스스로도 시장의 불확실성을 제거하기 위한 은행권 부실판정작업이 오히려 시장에 불신만 키울수 있다는 위기감을 갖게 됐다.

시장과 외국인투자자들 사이에선 ''대마불사(大馬不死)''로 출발해 ''용두사미(龍頭蛇尾)''로 끝날 것이란 비판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금감원은 지난달 21일 엄격한 재판정 촉구 공문을 보냈다.

그러나 정현준 사건으로 개혁선봉인 금감원의 위상이 추락하면서 개혁도 흐지부지될 것이란 관측이 팽배해졌다.

정부로선 강력한 국면전환 카드가 절실했다.

그 결과 흔들릴수록 개혁은 강하게 밀고나가야 한다는 결론을 낸 것으로 분석된다.


◆ 은행들도 눈치 안본다 =금감원은 채권은행들에 대해 소신껏 처리하라는 메시지를 강하게 전달했다.

관계자는 "살리려면 대주주 지분을 소각(감자)해 철저히 책임을 묻고 퇴출시킬 경우에도 정부의 눈치를 보지 말 것"을 주문했다고 밝혔다.

정부 관계자는 "은행들의 판단에 일절 관여하지 않았고 설사 지원하라고 요청해도 은행이 듣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금감원에선 현대건설이 지난 10월30일 결제자금 수요가 몰려 5백억원이 부족하다는 사실을 알았지만 이를 막으려고 채권은행을 호출하지 않았다.

미국 체류중인 정몽헌 회장이 전혀 연락이 안될만큼 대주주의 자구의지에 대한 불신도 깔려 있다.


◆ 퇴출기업 늘어난다 =은행권은 당초 판정대상에서 제외했던 법정관리.화의기업까지 포함해 모두 2백87개 업체를 부실판정 도마위에 올렸다.

은행권에서 당초 20∼30개로 예상했던 퇴출기업수가 적어도 50여개로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퇴출발표는 3일로 예정돼 있다.

정부는 무더기 퇴출에 대비한 비상대책(컨틴전시 플랜)도 마련할 만큼 이번엔 확실히 끝내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비상대책으로 퇴출기업의 경제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우선 동한기(冬寒期)에 접어든 건설업체의 퇴출에 대비, 하도급업체의 진성어음 결제나 어음담보 대출을 늘려 주기로 했다.

또 해외공사가 차질없이 진행되도록 공사이행보증을 검토하고 한은의 유동성 공급을 늘려 은행권의 대출을 독려할 방침이다.

오형규 기자 oh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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