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가 좋아지면 치마 길이가 짧아지고 불황때는 길어진다''는 얘기가 있다.

호황기에는 사람들의 마음이 밝아지면서 발랄한 패션이 유행하고 경기가 안좋을 때는 무겁고 점잖은 옷차림이 대중들에게 받아들여진다는 주장이다.

한편으로는 불황기 긴 치마의 유행이 유럽 직물회사들의 상술 때문이라는 말도 있다.

되도록 옷감이 많이 드는 롱스커트를 첨단유행으로 내세워 원단소비를 늘리려는 직물회사들의 속셈이 그같은 트렌드를 만들어냈다는 것이다.

언뜻 듣기에 그럴싸해 보이는 이같은 속설에 대해 패션 관계자들은 ''뚜렷한 근거는 없다''고 말한다.

영국 디자이너 마리 퀀트가 무릎 위 3인치 길이의 짧은 치마를 발표해 사회에 충격을 준 1962년 이후 지금까지 치마길이는 쉴새없이 오르고 내렸으나 실제로 경기와 밀접한 연관을 갖고 있는 증거를 찾기 어려웠다는 것이다.

지난 73년 제1차 오일 파동을 맞으면서 세계경제가 급강하했을 때 판탈롱 바지와 함께 미니스커트도 건재함을 자랑하며 여성들의 사랑을 받았었다.

여성들이 발목을 드러내게 된 계기 또한 제2차 세계대전이 발발해 소재를 적게 사용한 의상이 환영받으면서다.

패션 관계자들은 "스커트 길이보다는 오히려 컬러 유행이 경기와 관계가 깊다"고 분석한다.

경기가 상승세일 때는 빨강 주황 녹색 황금색 등의 따뜻한 컬러가,하강국면에는 파랑처럼 차가운 느낌의 색이나 회색 검정 등 무채색이 많이 등장한다는 얘기다.

그 예로 80년대 세계 경제가 황금기를 누릴 때 전세계 유행을 주도했던 컬러는 섹시하고 화려한 이미지의 골드와 빨강이었다.

80년대 인기를 누렸던 TV드라마 ''다이너스티''나 ''미녀삼총사''에 등장하는 금발,번쩍이는 펄 메이크업,붉은색 블라우스와 금빛 바지로 대표되는 여배우들의 현란한 패션이 당시의 경제상황을 대변해 준다.

국내에서도 유행컬러가 경기의영향을 받은 예가 있다.

지난 98년 밀라노와 파리 등 패션도시에서 제시된 유행예상 컬러는 화사한 파스텔톤이었지만 IMF 외환위기를 맞은 한국에서는 회색옷이 유난히 잘 팔렸다.

파스텔톤 옷을 만든 의류업체는 재고로 골머리를 앓아야 했다.

또 일본은 근 10년간 검은색 유행이 지배하고 있는데 이것도 오랜 경기침체를 상징하는 것이라고 한다.

증권가로 유명한 미국 월스트리트에서는 이런 속설이 바탕이돼 주가 상승을 나타내는 붉은 넥타이를 늘 매는 사람들이 많다.

패션계에서는 2001년 봄 유행컬러로 노랑 분홍 등 밝고 화사한 꽃 색깔들을 제시하고 있다.

내년 경기가 활짝 피게 될지 두고 볼 일이다.

s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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