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덕영 <기술표준원장>

며칠 전 세계 최초의 지적재산권 거래사이트인 옛투닷컴(www.yet2.com)의 벤 듀폰 사장이 사무소를 열기 위해 한국을 방문했다.

옛투닷컴은 각 기업들이 개발해 놓고도 상용화하지 못해 사장되는 기술을 필요로 하는 기업에게 판매하도록 중개하는 사이트이다.

듀폰 하니웰 등 36개 기업이 2천만달러의 자본을 출자해서 지난 99년에 창업했다.

보잉 도요타 쓰리엠 등 50여개의 세계적인 대기업이 회원사로 참여하고 있다.

이들 회원사의 연구개발비 합계가 전세계 연구개발비 총액의 10%에 달한다고 하니 그 규모가 가히 짐작할만하고 개발기술에 잠재된 경제적 가치와 실용화에 대한 관심도가 대단함을 알 수 있다.

반면 우리는 수많은 기술과 노하우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그 기술의 본질적인 가치를 분별할 수 있는 안목이 부족하고 기술을 구체화시켜서 실용화하는데 등한시하지 않았나 생각된다.

"기술혁명"(저자 유동수)이라는 책의 머리글에서도 이런 점을 지적하면서 "테크놀로지 마이오피아(Technology Myopia:기술근시)를 탈피하라"고 주문하고 있다.

우리경제는 수출이 증가할수록 기계류 부품 소재의 수입이 증가하는 수입유발형 산업구조가 고착돼 자본재 무역은 계속해서 적자를 보여 왔다.

이는 그동안 압축성장 과정에서 대기업 위주의 조립산업이 위세를 떨치면서 핵심부품 소재 전문기업이 자라나지 못하고 기술력에 의한 성장이 이루어지지 못한데 기인한다고 할 수 있다.

제조업의 매출액 대비 기술개발 투자율은 2.5% 수준으로 선진국과 대등함에도 불구하고 기술개발력에서는 미국의 6~7%,핵심기술은 선진국의 50% 수준으로 기술력에 관한 우리의 현주소는 아직도 많이 미흡한 상태이다.

이것은 기업규모 상위 대기업에 대한 편중도가 심해 산업계 전반으로 기술개발 효과가 확산되지 못하고 있고 또한 애써 개발했지만 성능과 품질에 대한 신뢰가 부족해 신기술 개발기업이 자라나지 못하기 때문인 것으로 생각된다.

정부에서는 국내에서 개발된 신기술이 실용화되지 못하고 사장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신기술실용화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국내 최초 기술에 대한 NT 인증,외국 제품에 비해 성능과 품질이 손색 없으면서 다른 국내 제품보다 우수한 자본재에 부여하는 EM 인증,우수한 재활용기술 제품에 대한 GR 인증 등이다.

그동안 NT 3백21건,EM 6백2건,GR 96건을 인증하면서 그 제품에 대해서는 공공기관에 의한 우선구매,정부의 정책자금 지원,신용보증에서의 우대,벤처기업 지정,하자보증시 우대,제품전시회 개최 및 인터넷 홈페이지 구축을 통한 마케팅 지원 등 실용화와 사업화를 위한 다양한 지원을 병행하고 있다.

올해 초 실시한 이들 인증제도의 실효성 평가에서 신기술인증 제품의 매출은 2조6천억원으로 98년에 비해 70%가 늘었고 수출도 11억달러로 1백35%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 기술력이 곧 경쟁력이라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오늘 개막하는 "2000 한국신기술대전"에선 그동안 신기술인증을 받은 9백21개 업체 가운데 1백79개 업체가 5천여점의 제품을 전시한다.

이번 전시회의 뜻 깊은 점은 과학기술부의 KT,건설교통부의 건설신기술,정보통신부의 IT 등 정부 각 부처의 신기술인증제품이 모두 한자리에 모인 명실상부한 신기술.신제품의 홍보의 장이라는 것이다.

또 전시회와 더불어 우수한 신기술.신제품을 개발한 기업과 유공자에게 정부 포상을 실시한다.

특히 신기술제품의 판로확대를 위해 애를 쓴 공공기관의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판로지원 유공자 표창부문"을 신설해 이들의 노력을 치하할 수 있는 기회도 마련했다.

진정한 비즈니스는 내가 가지고 있지 않은 물건을 필요로 하지 않는 사람에게 파는 것이라는 탈무드의 이야기처럼 우리 인증업체들은 지금 이 시간에도 팔릴 수 있는 기술의 개발과 지금까지 없었던 판로의 창출을 위해 밤낮없이 노력하고 있다.

이번 전시회가 기술개발과 개발기술의 사업화.실용화에 전념하고 신기술로 승부하는 기술경영 기업의 경연장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dougjoo@yah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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