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정현준 게이트''로 말미암아 벤처산업이 뿌리까지 흔들리고 있다.

이번 불법대출 사건을 두고 벤처업계의 모럴 해저드를 질타하는 소리가 높다.

또 벤처기업이 기술개발을 통한 핵심사업에 전념하지 않고 ''머니게임''에 한눈 팔고 있다는 비판과 함께 차제에 ''무조건적인 정부지원을 재고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물론 정현준씨가 ''벤처 기업가''가 아니고 ''사이비 금융가''라는 사실은 언론 보도를 통해 밝혀졌다.

그러나 벤처산업의 위기는 이전부터 우려되어 왔는데,이번 사건을 통해 표면화된 것으로 보아야 한다.

이같은 현상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며 코스닥시장의 장기 침체와 더불어 또 다른 형태로 나타나지는 않을까 하는 시각도 있다.

우리 벤처인 모두는 이같은 따가운 지적을 겸허하게 받아들여 앞으로 이러한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 벤처산업에 종사하고 있는 우리는 IMF이후 지난 2년 동안 한국경제 성장의 한축을 담당해왔다는 것에 자만하지 말고,지속적인 기술개발을 통해 성장을 도모해야 한다.

기술개발보다 여유 자금을 통한 머니게임에만 치중하는 일부 벤처기업이 있다.

''벤처기업''인지,''벤처캐피털''인지 분간할 수 없을 정도로 벤처기업들이 ''벤처투자 자금''을 조성해 벤처투자를 해 온 것이다.

우리가 지금까지 그토록 비난해오던 대기업들의 행태를,비록 일부이긴 하지만 벤처기업이 왜 답습하고 있는가.

물론 ''벤처기업은 핵심사업 이외의 사업에 대한 투자를 해서는 안된다''는 법은 없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미국과 같은 ''벤처 신화''기업들이 탄생하지 않았다.

아직 초보적 단계다.

핵심사업에 집중 투자를 해도 크게 모자라는 상황이다.

그런데 벤처사업과 전혀 다른 사업에 투자를 해서 어떻게 하자는 말인가.

그것도 ''불법적''으로 말이다.

이제 다시 벤처기업이 국민적인 지원과 성원을 받기 위해서는,뼈를 깎는 자기 노력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우리 나라에서도 ''인텔''이나 ''오라클''같은 세계적인 벤처기업이 탄생해야 한다.

벤처캐피털 회사는 그동안 코스닥시장의 활황에 힘입어 두배나 증가한 1백50개 업체에 이르고 있다.

그러나 이런 양적 팽창에 걸맞은 질적 성장이 뒷받침되지 못하고 있다.

벤처캐피털은 본연의 원칙에 더욱 충실해야 한다.

벤처캐피털은 단순히 돈을 지원해 주는 회사가 아니다.

벤처기업에 대한 적극적인 경영 지원 및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다.

그러나 더욱 중요한 것은 이러한 투자 과정에서 혹시 있을지 모를 모럴 해저드를 경계해야 한다.

이러한 점이야말로 ''규제''를 불러오는 구실이 된다.

그렇게 되면 벤처캐피털 스스로 설 땅을 잃게 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그리고 정부는 이번 벤처산업의 위기를 단기적이고 일과성 조치로 해결할 수 있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벤처산업 성장의 한 축을 담당했던 정부가 벤처산업 침체의 원인과 대책이 무엇인지를 고민해야 할 시기다.

하지만 최근의 대책을 보면 벤처산업에 대한 근본적 이해가 부족한 것 같다.

코스닥시장의 침체 및 모럴 해저드에 대한 대책이 벤처기업의 유무상 증자 제한,벤처캐피털의 지분매각 제한에 대한 다른 기관투자가와의 형평성,벤처캐피털 임직원에 대한 일률적 투자제한 등으로 귀결되는 것을 보고,벤처산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실망하지 않을 수 없다.

지금도 늦지 않다.

벤처산업에 종사하고 있는 모든 사람들이 동감할 수 있는 코스닥시장의 장기비전이 무엇이며,앞으로 이에 대한 대책이 무엇인지를 세워야 한다.

시장 운영의 독립,벤처캐피털을 통한 간접적 벤처기업 지원,불합리하다고 지적받고 있는 일부 규정의 개정 등을 장기적 관점에서 벽돌 쌓아올리듯 선후완급을 가려 차근차근 추진하는 것이 벤처산업 정책의 나아갈 방향이라고 믿는다.

지금이야말로 벤처캐피털과 벤처기업, 그리고 정부가 힘과 지혜를 모아 오늘의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해 재도약의 계기로 삼아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