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방 및 대신상호신용금고의 불법대출 사건과 관련,금감원에 대한 로비의 실체가 한꺼풀씩 벗겨지고 있다.

장래찬 국장이 평창정보통신 주식에 투자했다가 손해를 보자 정현준 한국디지탈라인 사장이 손해를 메워준 사실이 확인된 데 이어 유일반도체 신주인수권부사채(BW) 저가발행 문제를 무마하는 과정에서도 로비가 개입됐다는 혐의가 드러났다.

문제가 되자 발행회사 사장이 10억원어치의 BW를 넘겼고 이를 팔아 금감원 임직원들에게 뿌렸다는 것이다.

금감원에서 징계받을만한 일이 발생하면 ''돈''으로 때운다는 항간의 말이 결코 낭설이 아님을 입증하는 대목이다.

유일반도체 장성환 사장이 BW를 발행한 것은 작년 6월.

시가의 20% 밖에 안되는 가격에 발행했지만 당시엔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 뒤 벤처기업의 BW 저가발행이 이슈가 되자 작년 8월부터 금감원이 감사를 시작했다.

올 1월까지 무려 5개월을 끌었지만 결론도 내지 않고 감사만 계속 했다.

불안해진 장 사장은 금감원을 대상으로 로비를 벌이기로 하고 로비스트를 물색했다.

''금감원에 정현준 사장의 인맥이 두텁다''는 말을 듣고 김 모이사를 통해 정 사장에게 무마를 부탁했다.

그리고 로비용으로 10억원(발행가 3억5천만원)어치의 BW를 건넸다.

하지만 정 사장 역시 당시 로비엔 자신이 없었다고 검찰 조사에서 실토했다.

그래서 이경자 동방금고 부회장을 찾았다는 것이다.

정·관계 인맥을 자랑하고 다녀 즉시 쫓아갔다는 것이다.

로비를 부탁하자 이 부회장은 "BW 실물로는 안되니 현찰로 달라"고 했다.

정 사장은 이와관련,"BW를 팔아 현금 10억원을 마련해 이 부회장에게 주었다"고 진술했다.

정 사장은 "이 부회장으로부터 10억원을 금감원에 뿌렸다는 얘기를 나중에 직접 들었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이 부회장은 금감원을 상대로 한 로비는 물론이고 정 사장으로부터 10억원을 받았다는 사실조차 완강히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의혹 속에 금감원은 유일반도체에 ''경고''라는 경징계로 일을 매듭지었다.

문제가 해결되자 장 사장은 문제의 BW를 다시 시가로 전액 인수,상당한 차액을 벌어들였다.

이에대해 장 사장은 검찰에서 "금감원에 사전 로비를 벌이지 않았으며 사후에 사례 명목으로 BW를 측근인 김모씨에게 건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그렇지만 검찰 관계자는 "어차피 금감원 직원들에게 금전상의 이익이 돌아갔다면 이는 감사와 관계가 있을 가능성이 크다"며 "당시 조사를 맡았던 금감원 직원들을 대상으로 징계가 경고로 끝난 경위 등을 계속 수사하겠다"고 밝혔다.

손성태 기자 mrhan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