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현준씨와 관련된 거액의 불법대출 사건이 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하고 있다.

벤처기업협회에는 각계 각층으로부터 수많은 질문과 질책이 쏟아졌고, 업계 내부에선 대책을 마련하기 위한 숨가쁜 움직임도 있었다.

벤처기업에 대한 일반의 인식은 올해초 주식시장이 폭락하기 시작하면서 나빠지는 것을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여기에다 벤처기업과 관련된 크고 작은 일들이 잇달아 발생하기 시작하면서 ''벤처기업이 과연 우리 한국 경제의 희망이냐''는 원론적 문제에 대한 회의까지 대두되기 시작했다.

벤처기업이 우리 경제의 모든 문제를 해결해 주고 또 국민 모두를 부자로 만들어 줄 것처럼 기대했던 지난해의 벤처붐은 간데 없고 벤처기업은 ''투자자.경쟁기업.정부의 공동의 적(敵)''인 것처럼 여론이 험악해져갔다.

일이 터질 때마다 언행을 삼가자고 업계 내부적으로 의견을 모았었다.

지난 9월 열린 벤처기업 전국대회에서는 ''벤처기업인들이 도덕성과 기업가 정신으로 무장하여 건전하게 사업에 정진하고 국가와 사회에 기여하는 벤처기업상을 정립해 나가자''는 취지의 벤처기업 헌장을 제정하여 발표한 바 있다.

그런데 헌장 제정 한달도 되지 않아 정현준씨 사건이 발생했고, 이 사건이 "부도덕한 벤처기업과 벤처기업인"의 탈법행위인 것처럼 일반에 알려지게 되었다.

그동안 벤처기업을 아끼고 성원해 준 각계각층의 많은 사람들로부터도 항의에 가까운 요구가 빗발쳤다.

이로 인해 대다수 건전한 벤처기업인들은 심한 좌절감을 느낀다.

''정현준씨는 벤처기업가가 아니다. 투기적이고 비정상적 금융기법으로 벤처기업을 무차별 인수하는 과정에서 불법 금융행위를 일삼은 사이비 금융가''라는 사건의 본질을 알리고, 벤처기업인들의 입장을 밝히는 것이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일이라는 점을 강조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또 한쪽에서는 벤처기업 경영자와 임직원들이 스스로를 되돌아보는 계기로 삼고, ''윤리위원회'' 등을 만들어 자성에 힘쓰는 한편, 건전한 벤처기업과 사이비 벤처기업을 구별하는 제도적인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내부적인 의견도 있었다.

그리고 이같은 사고의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근본적으로 금융시스템을 재구축, 투명한 감독기관에 의해 기업들이 정상적인 감시를 받으면서 기업활동을 할 수 있도록 제도개선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지적도 다수 제기됐다.

한차례의 홍역을 치르면서 많은 벤처기업인들은 심한 허탈감을 느끼고 있다.

개별 벤처기업이 건전하게 열심히 일하는 것이야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이번과 비슷한 사건이 또 발생하고, 그럴 때마다 벤처기업인들이 ''부도덕''과 ''비리의 주역''처럼 평가된다면 과연 자부심을 갖고 신명나게 일할 수 있겠느냐를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이같은 사건이 어떤 식으로든 기업경영에 마이너스 효과를 가져와 직접적인 피해로 이어질 것이라는 불안감도 갖고 있다.

잘못한 일이 있다면 응분의 대가를 치르고 반성함으로써 똑같은 일이 재발되지 않게 하는 것이 당연하다.

그러나 지금 벤처기업을 비롯한 국내 모든 기업들이 불필요한 오해와 질책까지 견뎌내기에는 시장여건이 너무 좋지 않다.

한번의 빗나간 펀치만 맞아도 그대로 케이오가 될 ''한계 상황''에 처한 권투선수와 같은 처지에 현재 우리 벤처기업인들이 놓여 있다.

국민들이 기업에 대한 신뢰와 애정을 갖고 성원해 주어야 기업인들은 힘을 내서 기업활동에 정진할 수 있다.

그래야만 우리 경제가 빠른 시간 안에 위기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다.

''벤처기업''이라는 새로운 기업형태가 경제시스템 내에 안착하고, ''벤처기업가''라는 직업이 사회 일반의 존경과 부러움을 받는 일이 하루 아침에 이루어질 일은 물론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사건에 보다 의연하게 대처하는 한편 몸가짐을 가다듬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 대다수 벤처기업인들의 생각이다.

이번 사건은 벤처기업인들에 대한 신뢰를 해치지 않으면서 빨리 수습되어야 하며 벤처기업인들도 뼈를 깎는 자성의 기회로 삼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