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보험사들이 저축성 일시납 보험 판매를 중단하는등 밀려드는 자금을 사절하고 있다는 얘기는 국내 금융시장이 처한 작금의 모순을 극명하게 보여준다는 점에서 비상한 관심을 끈다.

은행구조조정,예금보호 한도제 도입 등으로 부동(浮動)화한 시중자금이 대거 몰려들고 있지만 생보사들의 자산 운용수익률이 최악의 경우 연 5% 수준까지 급락하면서 보험사측이 오히려 몸을 사리는 지경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생보사들의 자산운용 수익률을 보면 지난 4~7월 기간중 삼성생명이 8%,대한 7.2%, 교보 6.7%의 수익률을 올렸고 현대 등 일부 생보사는 5%대의 매우 낮은 수익률을 올렸다고 한다.

특히 외국계 보험사인 뉴욕생명과 ING는 5%라는 기록적으로 저조한 수익률에 그쳤다는 것이다.

이는 보험사들이 장기상품에 적용하는 6.5%의 예정이율조차 지급하기 어려운 한계수익률로 생보사들의 경영수지에 심각한 압박을 가하고 있다는 것이 보험업계의 자체 진단이다.

자금을 유치할수록 역마진이 확대되는 불합리를 타개하기 위해 삼성생명 등은 일시납 연금상품의 판매를 중단했고 예정이율 인하를 추진하는등 자구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는 얘기다.

문제는 이와 비슷한 현상이 일부 우량은행에서도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기업대출이 동결되다시피한 상황에서 자금을 받아봤자 딱히 운영할 데가 없다는 것이 이들의 공통된 걱정거리다.

이에 반해 정작 자금수요자인 기업들은 발만 구르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중소기업은 물론 대기업조차 급전에 매달리고 있고 이런 현상은 시간이 가면서 더욱 심화될 것으로 우려된다.

BIS비율을 맞춰야 하는 은행이나 지급여력비율을 맞춰야 하는 보험사,영업용 순자산비율을 맞춰야 하는 증권사들로서는 기업들이 비록 높은 금리를 제시한다 하더라도 대출해줄 수 없다는 것이고 그러다 보니 시중자금이 아무리 풍부한들 가야할 곳으로 흐르지 못하는,기형적인 구조가 고착화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때문에 BIS비율등 건전성 기준이 완화되지 않고는 풍부한 자금과 극심한 자금난이 병존하는 기현상은 해소되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도 최근에는 설득력을 얻고 있다.

기업신용 수준에 따라 금리가 차등화되면서 시중자금이 순조롭게 흐르도록 하기 위해서는 비현실적으로 엄격하게 설정된 소위 건전성 기준이 대폭 완화돼야 한다는 것이다.

건전성을 강화하기 위해 도입된 장치가 오히려 금융기관의 수익성과 장기적 건전성을 위협하는 역설로 나타나고 있다는 점을 당국은 예의주시해야 할 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