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몇달간 주가가 바닥을 모르고 계속 추락하자 정부는 최근 ''증권시장 안정대책''을 발표했다.

그 골자는 자사주 매입에 대한 한도 확대 및 세제 지원,보험사의 주식투자규제 완화,개방형 뮤추얼펀드 허용,연·기금의 주식투자 확대,투신사 유동성 지원이다.

완전 개방형 뮤추얼펀드의 허용은,개별종목 투자에 지나치게 치중하는 개인 투자자들에게 폭 넓은 분산투자의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반가운 소식이다.

정부대책이 발표된 이후 주식 시장도 긍정적으로 반응했다. 대책 발표 전 485까지 떨어졌던 종합주가지수는 25일 542.33을 기록했다.

하지만 이러한 주가 부양책의 효과가 과연 얼마나 지속될 것인가에는 의문을 갖게 된다.

특히 자사주 매입에 대한 세제지원을 통해 주식의 수요기반을 늘리겠다는 것은 잘못된 발상이다.

자사주 매입 또는 매입 소각을 하면 ''유통물량이 주는 만큼 주가가 오른다''고 생각하는 일반인과 이른바 ''증시전문가''들이 많다.

삼성전자가 발행 주식의 약 2%인 보통주 3백만주,우선주 40만주를 회사 자금 5천억원을 들여 매입한다는 소식에 ''계산상으로는 주가 2% 부양 효과가 있다''는 어느 신문의 해설기사가 있었는데,이러한 주장은 오해에서 기인한 것이다.

자사주 매입(소각)을 실시하면 공급물량이 주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공급물량이 주는 만큼 주가가 상승하는 것은 무상몰수의 경우에 적용되는 것이지,자사주 매입의 경우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그 이유는 배당금지급 또는 미래수익을 위해 재투자될 수 있는 회사 자금이 자사주 매입에 지출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의 자사주 매입자금은 올해 예상 순이익 6조여원의 일부다.

그런데 이 순이익은 이미 현재 주가에 반영돼 있다.

정부 대책에 따르면 자사주매입 후 주가가 계속 하락하면 매입자금의 30%인 1천5백억원까지 세금공제를 해 준다.

따라서 삼성전자주가가 자사주 매입 후 하락한다면,시가총액의 하락폭을 최고 1천5백억원까지 줄일 수 있겠지만,이는 국고로 지원해 준 결과다.

이러한 인위적인 부양책이 단기적으로는 주가하락을 막을 수 있어도,장기적으로 한국 증시의 체질을 허약하게 만든다는 것은 지난 10여년 동안의 ''증시 안정대책''의 결과가 여실히 보여준다.

그러면 ''올바른 장기적 증시 부양책''은 무엇인가.

그것은 기업과 정부당국자 모두 기본에 충실한 정책을 펴는 것이다.

먼저 개별기업의 경우,소액주주의 이익을 보장해 주는 지배구조의 개선이 선결돼야 한다.

미국의 증권 애널리스트 보리스 피터식은 ''소액주주를 무시하는 한국기업은 같은 실적을 내는 미국의 기업보다 주가가 낮은 코리아 디스카운트 증후군에 걸려 있다''고 지적했다.

경영권을 장악한 대주주가 소액주주의 희생 하에 자신의 이익을 부당하게 추구하는 ''도덕적 해이''(건실한 회사의 이윤을 부당내부거래를 통해 부실계열사로 빼돌리는 행위 등)는 한국 기업들이 척결해야 할 심각한 문제다.

집중 투표제,독립적인 감사위원회의 구성,회계의 투명성제고 등 소액주주의 이익보장을 위한 구조적개혁을 등한시하는 한 자사주매입을 통한 ''주가관리''의지는 시장에서 먹혀들기 힘들다.

주식시장 전체를 부양시키는 최선의 정부 정책은 ''부실기업을 예외없이 퇴출''시키는 것이다.

수익성이 없는 기업에 계속 자금이 지원되면 채권은행이 부실화될 뿐 아니라 그만큼 우량기업에 투자될 자금이 줄어들어 우량기업의 실적마저 떨어뜨린다.

은행의 부실화는 한국경제 전체의 ''시스템 리스크''를 증가시켜 외국인의 투자를 위축시키고,우량기업의 투자재원 감소는 그 기업의 주가상승을 막을 뿐 아니라 성장 잠재력을 줄인다.

실업문제 등의 단기적 우려 때문에 경제성이 없는 부실기업을 계속 연명시키는 한 한국 증시의 앞날은 낙관할 수 없다.

◇필자 약력=△서울대 경제학과 △하버드대 경제학 박사 △미 다트마우스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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