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 한나라당 국회의원 ohsehoon@lycos.co.kr >

우리는 21세기를 흔히 시간과 공간의 제약이 없는 ''정보화 시대''라고 말한다.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가 21세기의 시대적 공간개념으로 ''사이버 스페이스(Cyber Space)''를 제시한 것처럼 이제 인류는 같은 시간,같은 공간에서 함께 살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정보화사회가 우리에게 편리함을 주는 것은 사실이다.

한 두시간만 컴퓨터에 앉아 있으면,과거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노트 몇백권 분량을 쉽게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보화가 마냥 장밋빛인 것만은 아니다.

편리한 생활의 뒤편에는 ''사이버 테러''라는 어두움이 자리잡고 있다.

익명성을 악용한 욕설과 비방 등이 사이버 세상을 오염시키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사이버 테러가 죽음을 부른 사건도 있었다.

얼마전 대전의 한 중학생은 교육청 홈페이지에 ''귀고리를 하고 머리를 염색하고 다닌다''며 자신을 욕한 글이 뜬 것을 비관하다 자살했다.

정보화 선진국이 되기 위해 너도 나도 컴퓨터를 보유하고 인터넷을 이용해야 한다고 법석댄지 불과 몇년만에 우리는 벌써 인터넷의 역기능에 몸살을 앓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 인터넷 사용자는 1천만명을 넘었다고 한다.

인터넷에도 지켜야 할 최소한의 질서와 에티켓이 있어야 한다.

자기와 의견이 맞지 않는다고,또 누가 밉다고 해서 무차별 인신공격을 한다면 ''익명의 그늘''에 가린 그 사회는 건강하다고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정보화가 가져온 또 하나의 어두움은 ''인간 소외와 단절''이다.

몇년전 상영되었던 ''네트(Net)''라는 영화의 주인공처럼 하루종일 컴퓨터라는 공간에서 어느 누구와도 대면적인 접촉을 하지 않는 네티즌들이 점점 늘고 있다고 한다.

컴퓨터에 빠져들어 이웃과 단절된 생활을 하던 주인공이 자신을 나타낼 수 있는 이름과 주민등록번호가 바뀌었지만,이를 증명해줄 이웃들이 아무도 없어 큰 어려움에 봉착하는 영화속의 모습이 이제 우리에게도 낯설지 않은 시대가 된 것이다.

네티즌은 가상현실의 정체없는 유령이 아니라,인터넷으로 더욱 밀접하게 연결될 시민일 뿐이다.

인터넷이 생활을 풍요롭게 하는 ''또 하나의 삶의 공간''으로 뿌리내릴 수 있도록 건강한 사이버 문화를 정착시키는 일이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