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선재의 이명호(67)사장.

고희(古稀)를 바라보고 있지만 1년중 4개월은 일본에서 보낼 정도로 젊은이 못지 않게 활동적이다.

연간 매출이 7백억원을 넘는 중견기업 오너지만 그의 행차는 소박하다.

작업복 차림에 서류 가방만 하나 달랑 들고 일본의 대리점들을 누빈다.

1주일 이상 ''장기체류''도 드물다.

금요일 저녁에 갔다가 월요일 새벽에 돌아온다.

일본내 숙소는 25년 단골인 오사카에 있는 여관.

"시간을 아끼고 비용을 줄여 기술개발에 전념하는 것이 회사와 주주를 위한 것"이라는 신념 때문이다.

한국선재는 아연도금 철선,스테인리스 강선,철못 등을 생산하는 회사이다.

주력 제품은 아연도금 철선.

원재료인 철선을 직경 0.1㎜로 뽑아 내성을 높이고 부식방지를 위해 아연으로 표면처리한다.

자동차용 부품,전자제품,해저 케이블선,주방용품 등에 사용된다.

이 제품은 국내보다 일본에서 더 유명하다.

20여개 국내 업체가 일본에 수출하는 물량은 연간 2만t.

이중 한국선재가 무려 65%를 차지한다.

가격도 t당 7만원선(99년 기준)으로 경쟁사보다 20% 이상 더 받는다.

진입장벽이 두텁다는 일본에서 성공한 비결은 일찍부터 품질관리에 주력한 것.

품질에 합당한 가격을 받으려 KS규격은 물론 일본공업규격(JIS)과 ISO 인증도 땄다.

품질이 우수하다는 평가를 얻으면서 도요타자동차도 에어백용 특수선을 한국선재가 만든 제품으로 쓰고 있다.

소탈한 성격도 이 사장의 강점.

관혼상제가 있으면 곧장 일본에 찾아간다.

결혼식이 잦은 토·일요일은 거의 일본에서 지낸다.

연말에는 자연산 송이,토종꿀,돌미역 등 한국 특산품을 짊어지고 간다.

이런 끈끈한 인간관계로 거래처 사람들은 모두 20년 이상 친구사이다.

이 사장은 "일본이 뚫기 어려운 시장인 것은 틀림없지만 일본을 거치지 않고는 미국 유럽 등 다른 선진국 시장에서도 성공할 수 없다"며 "일본에서도 품질과 신용에서 좋은 평판을 얻으면 고민할 문제가 없다"고 조언한다.

(051)202-1991

김태철 기자 synerg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