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들린 올브라이트 미국 국무장관이 현직각료로는 처음으로 어제 북한을 방문해 북한측 고위인사들과 회담을 가진 것은 주목할만한 사건이다.

미국과 북한이 미사일개발 포기와 테러국 지정 해제 등 주요 관심사항에서 과연 얼마나 실질적인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 좀더 지켜봐야 하겠지만, 중요한 진전이 있을 경우 예정대로 클린턴 미국 대통령의 방북이 이루어지고 북·미 관계개선이 급속도로 진전될 수 있다.

이는 우리나라는 물론 동북아시아 전체에 엄청난 파장을 몰고 올 것이기 때문에 세심한 관찰과 치밀한 대응준비를 게을리 해서는 안될 것이다.

미국내에서도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클린턴 대통령이 북한을 방문하는 것이 옳으냐는 시비가 적지 않은 모양이지만, 북한으로 부터의 군사위협을 제거하고 더 나아가 북한의 개방을 유도하는 것은 자유진영의 일관된 정책방향이기 때문에 누가 가건 큰 문제는 없다고 본다.

중요한 것은 북한으로 부터 확실한 합의를 받아 낼 수 있느냐는 점이다.

올브라이트 장관이 어제 백남순 외무상이 아닌 조남철 국방위원회 제1부위원장과 회담한 것도 북한내부의 실세인 군부의 동의를 확보해 실질적인 성과를 얻으려는 노력으로 풀이된다.

문제는 미·북 관계개선이 이루어진다고 해도 이것이 반드시 남북관계 진전을 뜻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벌써부터 남북한간에 합의한 이산가족 생사확인과 경제협력, 그리고 경의선 복원공사와 관련된 군사 실무접촉 등이 최근 진전을 보지 못하는 것을 두고 미국과 북한간의 관계 급진전과 연관지어 보는 분석이 적지 않다.

즉 북한이 과거의 통미봉남(通美封南) 정책으로 돌아가려는 조짐을 보이는 것이 아니냐는 시각이나, 우리측으로 부터 식량지원 등 상당한 실리를 챙긴 만큼 체제유지에 위협이 되는 남북관계 개선의 속도를 조절하기 위한 고의적인 지연이라는 관측이 그것이다.

물론 아직은 북한측의 속셈을 정확히 모르기 때문에 속단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어떤 경우에도 당황하지 않고 신속하게 대응하기 위해서는 한·미·일 3국간의 대북 공조체제를 확고히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남북한간 관계개선은 한반도 긴장완화는 물론 동북아시아 전체의 안보에도 큰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변수이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이점에서 볼때 올브라이트 장관이 평양 방문을 끝내고 25일 서울로 와서 김대중 대통령에게 방북 결과를 설명한 뒤 곧바로 한·미·일 외무장관회담에 참석할 예정인 것은 바람직 하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