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대 < 석좌교수 / 경제학 >

최근 한국경제는 3년 전으로 되돌아가는 듯한 징후들을 보이고 있어 국민들을 불안하게 하고 있다.

3년 전의 IMF 경제위기는 외환부족이 화근이었는 데 반해 최근의 위기조짐은 경제 시스템과 정부의 구조조정 능력에 대한 불신에서 비롯되는 것 같다.

문제는 이런 불신이 수익성이나 경쟁력 면에서 우수한 기업까지도 위험에 빠뜨린다는 점이다.

물론 국내 경제사정이 아무리 어려워도 국제시장에서 신뢰받는 업체는 살아남을 수 있다.

포철같은 기업이 대표적 기업이라고 할 수 있다.

포철은 외국인들이 인정하는 우리나라의 우량기업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지난 1994년 뉴욕증시에,이듬해에는 런던증시에 상장됐다.

현재 외국인들의 주식지분도 46%에 이른다.

최근 포철이 ''공기업''의 탈을 벗고 완전히 민영화됐다.

그동안 정부가 갖가지 이유를 들어 포철 민영화를 수차례 미뤄왔던 점을 고려할 때 이제나마 민영화로 독자적인 경영이 이뤄지게 된 것은 다행스런 일이 아닐 수 없다.

인터넷에 공개된 자료에 의하면 포철은 생산에 들어간지 30여년만에 ''세계 최대 철강업체''로 성장했다.

뿐만 아니라 공장가동 직후부터 곧바로 이윤을 냈고 정부출연금(2천7백억원)의 14배가 넘는 3조9천억원의 자산이득을 정부에 돌려주었다.

또 포철이 납부한 세금만도 3조6천억원에 이른다.

뿐만 아니라 판매액의 25%가 수출인데다 국내 다른 산업에의 파급효과까지 고려한다면 포철의 경제공헌도가 어느 정도인지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그러나 지금부터가 시작이다.

정부의 그늘에서 벗어나 독자적인 경영을 하게 된 포철은 우리 경제에 중대한 책임과 의무를 지고 있다.

물론 정부도 일체의 간섭을 배제해 우리 기업풍토에 모범적인 기업상(企業像)을 세울 수 있도록 측면 지원해야 한다.

포철은 ''주주를 위한 경영''을 해야 한다.

국내 최우량 기업의 주가가,자산가치나 실적 면에서 엇비슷한 외국기업에 비해 크게 저평가된 주된 원인중 하나는 소액주주들의 권리를 외면한 탓이라고 할 수 있다.

주주경영이 이뤄지려면 무엇이 필요한가.

통상 경영자는 주주보다도 더 많은 경영상 정보를 얻게 되고 이같은 정보의 불균형 때문에 경영자들이 주주를 등한시하는 경우가 많다.

경제학에서는 주주들의 이득과 경영자들의 이익이 같아지도록 경영자에게 인센티브를 줄 경우 이런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선진국에서 최고경영자(CEO)들에게 엄청난 보수를 주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포철도 과감한 스톡옵션과 성과급,종업원 지주제 등의 제도를 도입해 경영자들은 물론 종업원들도 회사의 이익극대화에 힘써야 할 것이다.

둘째 고객중심의 경영이다.

글로벌 경쟁체제 속에서 고객만족 경영은 성패의 키워드로 자리잡은지 오래다.

셋째 ''선단식 경영''에서 탈피해 전문화에 주력해야 한다.

물론 한 우물만 파다 보면 위험성이 따를 수도 있다.

대체상품으로 인한 수요감퇴라든지 또는 강력한 경쟁자의 등장 등 위험요인이 많을 수 있다.

그러나 국내 재벌들처럼 마구잡이식 몸집불리기는 결국 화를 초래하고 만다는 교훈을 명심해야 한다.

끊임없는 기술개발과 세계시장의 동향에 관심을 기울이면 전문화에 따른 부작용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노사문제에서도 모범을 보여야 한다.

성과급제도를 도입하고 사내 연금제도를 확대하는 등의 인센티브를 활용,모범적인 노사문화를 정착시키는 데 힘써야 한다.

또 기업의 경영실적을 투명하게 공개하여 근로자들과 국민들의 신뢰를 얻어야 한다.

투명경영은 또한 외국투자자들의 신뢰를 얻는 지름길이기도 하다.

현재 한국경제는 기업부실은 물론 경제 시스템에 대한 국민과 외국인 투자자의 불신 등으로 위기상황을 맞고 있다.

따라서 이제 막 민영화가 완료된 포철이 모범적인 경영사례를 만들어 한국기업에 대한 해외의 부정적 시각을 없애는 데 일조해야 한다.

국민들은 그래서 포철을 주목하고 있다.

hrhee@thrune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