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은행들의 느슨한 부실기업 판정에 대해 강하게 경고하고 나섰다.

이에 따라 은행권에서 20∼30개로 예상했던 퇴출기업수는 50개 안팎으로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이근영 금융감독위원장은 22일 각 은행에 보낸 공문에서 "잠재부실기업에 대한 은행들의 신용위험 평가작업을 점검한 결과 갱생 가능성이 극히 불투명한 일부 기업을 퇴출대상에서 제외시키는 등 객관성 공정성이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이 위원장은 이어 "잠재부실기업에 대한 신용위험평가는 금융시장 조기 안정의 관건"이라며 "시장신뢰도를 반영하는 수준의 엄격한 평가가 이뤄지도록 하라"고 촉구했다.

금감원은 이와 관련, 채권은행이 부실판정 때 △투자부적격 업체(BB+ 이하) △이자보상배율 불량업체(감가상각비 반영해도 1배 미만) △매출액 대비 원가부담 과다 업체(매출원가율 90% 이상) △2금융권 단기차입금 의존도가 심한 업체(전체 차입금의 50% 이상) 등을 금주말까지 재판정하도록 지시했다.

이자보상배율 3년간 1배 미만 등 당초 판정기준보다 한결 강화된 것이다.

관계자는 "일부 은행들은 기업이 제시한 영업전망, 자구계획을 그대로 믿고 퇴출기업이 없다고 얘기한다"면서 "회생기업으로 판정한 뒤 6개월∼1년 내에 심각한 문제가 생기면 해당 주채권은행을 문책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에 따라 은행별로 오는 25일께부터 판정결과를 발표할 예정이었지만 금감원의 재판정 지시에 따라 내달 초에나 발표가 가능하게 됐다.

한편 금감원은 이번 부실판정 때 부실징후가 있는 1백90개 기업 외에 총여신 5백억원 이상인 80여개 법정관리.화의 기업도 함께 판정하도록 해 퇴출기업수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오형규 기자 o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