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동방금고 사건은 단순한 금융사고가 아니라고 본다.

금융기관이 대주주에게 불법으로 거액을 대출했다는 것이 드러난 외형이지만 과도한 벤처 투자붐과,차입을 통한 주식인수,벤처기업에까지 번진 문어발 확장 열풍 등이 배경이라는 점에서 벤처업계의 일부 잘못된 투자관행을 백화점식으로 보여준다고 하겠다.

실제로 많은 벤처기업가들이 증권시장에서 조달한 자금을 금융기관 인수 등에 쏟아부었던 것이 사실이고 이와 관련해서는 이미 허다한 경고들도 되풀이 제기되어온 터다.

이번 사건과 유사한 사례들이 앞으로도 발생하지 않는다고 단정할 수 없다는데서 충격 또한 쉽게 가라앉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디지탈라인 등 해당기업들의 주가는 물론이고 이미 심각한 침체상을 보이고있는 코스닥 시장 역시 상당 기간 영향을 받을 것이 확실하다.

이번 사건이 빙산의 일각일 것이라는 투자자들의 인식을 불식시키는데 실패한다면 가뜩이나 자금난에 시달리는 벤처업계는 더욱 어려운 상황에 직면할 것이고 업계 내부의 시급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는 구조조정 작업 역시 타격을 받을 것이 우려된다.

우리경제의 돌파구로까지 인식되었던 벤처기업과 벤처인들이 왜 기본적인 건전성마저 의심받는 처지가 되었는지에 대해서는 벤처정책을 설계하고 추진해온 당국과 벤처인 스스로가 진지하게 반성해봐야 할 과제다.

기업경영의 낡은 패러다임을 대체할 듯이 보였던 벤처기업이 과다차입과 문어발 다각화로 상징되는 낡은 함정에 빠져든 과정은 적지않은 시사점을 던져주고도 있다.

무엇이든 과잉보호되면 문제가 생긴다 하지만 정부가 앞장서서 과잉자본을 몰아준 것은 아닌지,그리고 주가상승이라는 일시적 착시현상이 벤처기업가들의 벤처정신을 좀먹지나 않았는지도 생각해볼 대목이다.

벤처기업 옥석 가리는 일이 대기업 퇴출 문제 못지않은 다급한 과제라는 일부의 냉소적인 반응조차 있다는 점을 당국과 벤처기업인들은 진지하게 받아들여주기 바란다.

이번 사건이 벤처기업에 대한 사회적 신뢰를 회복불가능한 수준으로까지 흔들어놓는 사태로 악화되지 않기를 바라지만 벤처기업에 대한 평가나 벤처주식에 대한 합리적인 가격산정,적정하고도 건전한 자본형성이 가능하도록 관련제도나 관행이 정비되는 계기가 되도록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 과제로 떠올랐음도 분명하다.

주가는 기업의 가치를 반영하는 것일 뿐 다락같은 주가가 그 자체로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당국과 벤처인들이 깊이 인식해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