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에서도 땅값이 비싸기로 유명한 16구에 자리잡은 주불(駐佛)한국문화원.시내임에도 불구하고 이곳에 들어서면 마치 산중 수도원에 온 것 같다.

찾는 사람이 없어 쥐죽은 듯 고요하다.

항상 방문객으로 북적대는 다른 문화원들과는 너무도 다르다.

돈이 많아 길목좋은 에펠탑옆에 독립건물을 갖고 있는 일본문화센터만큼이야 기대할순 없지만 낮에도 행인이 뜸한 곳에 자리한 한국문화원은 위치부터 틀렸다.

핀란드문화원은 학생들이 많이 모이는 소르본대 부근에 있다.

스위스와 스웨덴문화원은 화랑과 예술인 밀집지역인 마레에 있다.

문화원은 대사관과 다르다.

현지인들에게 자국문화를 홍보하는게 목적이다.

그런데 한국문화원은 홍보를 거의 하지 않는다.

재불(在佛)작가전 초대장은 항상 같은 사람들에게만 보낸다.

르몽드 등 주요 프랑스신문들이 매주 발행하는 문화행사안내 섹션판에는 핀란드문화원의 재즈콘서트와 일본문화원의 도자기전등이 소개된다.

그러나 한국문화원행사는 찾아볼 수가 없다.

현지언론이 한국을 홀대해서가 아니다.

한국문화원이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프랑스기자가 태반이기 때문이다.

파리에는 또 파리지앵을 위해 영화 연극 오페라 등 한주간 문화행사를 알리는 정보지가 2개나 있다.

가격이 3프랑(4백40원) 안팎이라 파리지앵과 파리 여행객들이 대부분 구입한다.

식당광고외의 문화행사광고는 무료다.

한국문화원은 이처럼 돈 안드는 홍보매체도 제대로 활용하지 않는다.

문화원의 개관시간도 문제다.

프랑스박물관은 토·일요일에도 문을 연다.

주말 방문객이 더 많기때문이다.

그런데 한국문화원은 월~금요일 주 5일 오전9시30분~오후 6시까지만 문을 연다.

심지어 도서관은 점심시간에도 문을 닫는다.

이렇다 보니 프랑스인은 고사하고 현지 교민과 유학생들마저 이용이 어렵다.

올해 개관 20주년을 맞아 한국문화원은 지금 기념행사준비에 여념이 없다.

파리지앵들은 행사준비에 예산을 낭비하기보다는 ''소일거리없는 프랑스 실업자와 노인을 위한 복지센터''현판식을 갖는게 나을 것이라고 빈정댄다.

파리=강혜구특파원hyeku@coo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