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15일 역사적인 남·북한 정상회담이 열려 세계의 이목이 한반도에 집중됐었다.

그로부터 불과 몇개월,이번에는 김대중 대통령의 노벨평화상 수상으로 세계의 관심이 우리에게 쏠렸다.

이러한 가운데 20,21일 서울 코엑스(COEX)에서 개최되는 아시아·유럽 정상회의(ASEM)는 국제사회에서 대한민국의 위상과 신인도를 제고시킬 더 없이 좋은 기회가 되고 있다.

''새 천년 번영과 안정의 동반자 관계''란 기치로 열리는 이번 제3차 ASEM은 ''경제외교올림픽''이라는 명성에 걸맞게 아시아의 10개 국가와 유럽연합(EU)15개 국가 정상급인사 및 EU집행위원장이 참여,양 지역간 주요 현안에 대해 논의하게 된다.

현재 세계경제는 북미,아시아,유럽연합 등 세개의 축을 중심으로 움직이고 있다.

그동안 아시아와 북미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를 중심으로,북미와 유럽연합의 관계는 신대서양 협력관계의 추진 등으로 긴밀했던 반면,아시아와 유럽연합의 대화채널은 비교적 미약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유럽의 경제적통합이 가시화되면서 아시아와 유럽을 연결하려는 시도가 가속화됐고,이 결과 지난 1996년 양 지역의 지도자들이 태국에서 만나 정치 경제 그리고 사회와 문화 등 각 분야의 현안을 논의하는 ASEM이 출범하기에 이르렀다.

25개 회원국들이 2년마다 번갈아 개최하는 정상회의에서 양 지역 정상들은 무역 원활화와 투자 촉진을 위한 실질적 방안들에 대해 협의했다.

이 가운데에서도 특히 민간주도의 경제협력 활성화에 많은 관심이 표명됐다.

이러한 민간기업인간 협력의 중요성을 감안,제1차 정상회의에선 ASEM 회원국 기업인들이 만나는 아시아·유럽 비즈니스 포럼(AEBF)이 창설되기도 했다.

아시아와 유럽의 기업인들은 이미 다섯차례에 걸친 회의를 통해 양 지역간 무역 원활화와 투자촉진을 위한 다양한 방안들에 대해 논의한 바 있다.

ASEM이 가시적 성과를 도출하는 데엔 미흡한 감이 있다.

그러나 제1차 정상회의 때 유럽과 아시아를 연결하는 철도건설 계획이 제기된 데 이어 제2차 정상회의에서는 아시아 금융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이 논의되는 등 양 지역간 협력토대 구축을 위한 나름대로의 역할을 해 왔다.

이번 서울에서 개최되는 제3차 ASEM에선 먼저 정치분야에서 한반도 문제 등 아시아·유럽안보,유엔의 역할·군비축소 등과, 다음으로 경제분야에서 경제위기 재발방지를 위한 협력증진,그리고 사회·문화분야에서 아시아 유럽교류증진,빈부격차 해소 및 사회안전망 개선 등이 논의된다.

특히 우리 정부가 주도적으로 추진한 트랜스 유라시아(Trans-Eurasia)초고속 정보통신망 구축방안을 비롯한 정보격차(일본과 공동제시)해소 사업,2천5백만달러 규모의 장학사업 등 ASEM차원의 공동사업도 논의된다.

우리 나라는 이번 ASEM에서 남·북간 화해와 평화의 진전,그리고 ASEM 회원국의 대북한관계 개선 노력을 강조하는 ''한반도 평화에 관한 서울선언''의 채택을 추진하고 있다.

우리와 ASEM 국가들 간의 총 교역량은 우리 나라 전체 교역량의 48%,ASEM 국가들의 우리 나라에 대한 투자는 외국인 투자 전체의 66%를 차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ASEM의 중요성은 더욱 크다.

ASEM은 21세기 아시아와 유럽의 새로운 동반자 관계를 구축해 나가는 시발점이 된다.

또 아시아와 유럽간 상호번영과 안정을 위한 경제협력의 장(場)이기도 하다.

이 자리는 남·북한 평화공존과 공동번영을 위한 국제사회의 지지를 구하는 외교협력의 장이 돼야 한다.

뿐만 아니라 이번 회의가 우리나라에서 개최되는 ''건국이래 최대 규모의 국제회의''라는 점에서 우리 국민이 거는 기대와 관심은 매우 크다.

이러한 기대와 관심에 부응,이번 회의에서는 좀 더 구체적이고 미래지향적인 사업이 논의되고 추진돼 ''가시적인 성과''가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