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공중조기경보통제기(AWACS)를 잡아라''

국방부가 모두 1조8천억원이 들어가는 공중조기경보통제기 도입사업(E-X)을 추진하자 국제 항공기 제작업체들이 치열한 수주전에 들어갔다.

국제적인 대형 항공사들은 이미 국내 에이전트를 확보하고 정보수집에 열을 올리고 있으며 본사의 중역이 상주하면서 다양한 경로를 통해 총력전을 펴고 있다.

특히 최근 린다 김 사건 등 무기도입과 관련된 잡음이 있었던 점을 감안,불법 로비로 비쳐질 수 있는 행동은 극도로 자제하면서도 대화채널을 확보하는데 온 힘을 쏟고 있다.

심지어는 자국 정부를 내세워 직·간접적인 지원을 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 계획=정부는 오는 2008년까지 4대의 공중조기경보통제기를 도입할 계획이다.

2002년 상반기 중에 기종을 최종 확정할 예정이다.

공중조기경보통제기를 만드는데 최소한 40개월 이상 걸리기 때문에 2006년께부터 실전에 배치될 것으로 보인다.

국방부는 시속 5백55㎞ 이상의 비행속도로 6시간 이상 공중에 머무를 수 있어야 한다는 성능조건을 내걸었다.

또 한반도 전역의 공중상황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레이더망을 갖추도록 했다.

자세한 성능조건 등은 18일 열리는 공개 사업설명회에서 밝힐 예정이다.

◆치열한 수주전=공개설명회에는 미국과 유럽 이스라엘 등에서 9개 업체가 참가의사를 밝혀왔다.

미국에서는 보잉(기종 B-737),록히드마틴(C-130),레이티온(A-300),제너럴다이내믹스(G-5),노드롭그라만(E-2C) 등 5개사가 참여한다.

유럽에서는 러시아의 프로멕스포트(기종 미정)를 비롯해 영·독·프·스페인 합작사인 DASA(A-310),프랑스의 톰슨CSF(ERJ-145) 등 3개사가 참여키로 했다.

이스라엘의 IAI/Elta(G-5)도 경쟁대열에 끼였다.

이들 메이저 항공기 업체는 입찰내역과 성능을 극비에 부치고 있다.

경쟁업체에 알려질 경우 치명적인 타격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각사는 자신들이 생산하는 기종의 강점과 실적을 내세우며 이미 다양한 경로로 설득작업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B-737기종을 제시한 보잉은 이번 사업에 상당한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이 회사는 호주가 금년초 같은 기종의 조기경보기를 7대나 도입키로 결정한 사실을 강조하고 있다.

보잉 한국사무소의 이강평 이사는 "세계적으로 AWACS에 관심을 갖고 있는 국가는 상당히 많지만 실제로 도입한 예는 드물다"면서 "호주의 결정은 우리 기종의 우수성을 반증하는 사례"라고 밝혔다.

우리 국방부도 호주에 성능시험 결과를 참고자료로 제공해 주도록 공식요청해 놓은 상태다.

레이티온은 본사의 중역이 방한해 직접 업무를 챙기고 있다.

이 회사는 국제적으로 가장 우수한 기술을 모아 시너지효과를 낸다는 계획이다.

유럽 에어버스 기체에 이스라엘 엘타의 레이더를 결합한다는 것이다.

미션시스템과 시스템통합(인티그레이션)은 레이티온이 직접 맡을 예정이다.

레이티온의 이명진 부사장은 "국제적으로 팀을 구성해 각자의 장점을 모을 경우 기존의 모델과는 비교되지 않는 최강의 기종이 만들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노드롭그라만은 미국에서 이미 채택된 기종이라는 점을 부각시키고 있다.

시스템 호환성이나 실전 협력에 무엇보다 유리하다는 것이다.

록히드마틴 제너럴다이내믹스등 다른 업체들도 기술이전이나 부품구입 특혜 등을 내세우며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국방부 관계자는 "과거에 무기를 도입하면서 잡음이 많았던 점을 감안해 이번에는 역사상 가장 투명한 절차를 거쳐 기종을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유택 기자 changy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