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로 승부한다] (2) 송용수 <대영파워펌프 회장>
잠시후 허름한 작업복 차림으로 나타나 기름때가 잔뜩 묻은 손을 내밀었다.
매출 70억원대의 중소기업 회장이라기 보다는 평범한 현장근로자의 모습이었다.
지난 69년 창업해 30년 넘게 펌프만을 만들어 온 송 회장.
환갑을 눈앞에 두고 있지만 지금도 아침 8시에 출근해 저녁 7시 퇴근할 때까지 꼬박 현장에서 기계를 만진다.
인라인펌프와 입형다단펌프 등을 개발해 국내 시장을 지켜온 힘은 바로 기름때 묻은 손에서 나온 것.
송 회장은 한때 실패한 기업인이었다.
평범한 펌프만 만들어오다가 지난 95년 자금난으로 부도를 냈다.
부채는 약 68억원.
그러나 좌절하지 않았다.
그때 얻은 교훈 한가지.
"나만의 기술을 갖자"
기술과장 한명을 데리고 96년말 출장길에 올랐다.
17일간 독일 스위스 등 유럽 5개국을 돌며 내로라하는 펌프공장 17곳을 둘러봤다.
현장을 안 보여주려는 회사엔 물건을 산다는 구실로 "눈 도둑질"했다.
귀국 후 첫 개발에 착수한 게 인라인 펌프.
모터와 펌프를 붙여 세워 진동을 없앤 제품이다.
배관 중간에 끼워 설치할 수 있어 면적을 덜 차지하고 공사비도 줄였다.
97년에 국산화하자 큰 인기를 끌었다.
외산에 비해 30%나 쌌기 때문.
인라인 펌프의 효율을 10~20% 더 올린 입형다단펌프도 작년초 개발했다.
국내에서 첫 개발한 것.
힘이 좋은 펌프라 지하실에 설치해도 돼 아파트 옥상의 물탱크를 없애는 데 기여했다.
기술개발 공로를 인정받아 송 회장은 작년 10월 정부로부터 산업포장을 받았다.
지금도 폐수처리펌프 등 특수펌프와 세계적인 특허감이 될 만한 물펌프를 개발중이다.
부도전까지 즐겼던 골프로 끊고 30만km를 넘게 뛴 승용차를 손수 운전하는 송 회장은 "국가와 은행에 진 빚을 기술로 갚겠다"고 각오를 밝힌다.
(031)983-8000
차병석 기자 chab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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