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김포에 있는 대영파워펌프를 찾았을때 송용수(58)회장은 회장실에 없었다.

잠시후 허름한 작업복 차림으로 나타나 기름때가 잔뜩 묻은 손을 내밀었다.

매출 70억원대의 중소기업 회장이라기 보다는 평범한 현장근로자의 모습이었다.

지난 69년 창업해 30년 넘게 펌프만을 만들어 온 송 회장.

환갑을 눈앞에 두고 있지만 지금도 아침 8시에 출근해 저녁 7시 퇴근할 때까지 꼬박 현장에서 기계를 만진다.

인라인펌프와 입형다단펌프 등을 개발해 국내 시장을 지켜온 힘은 바로 기름때 묻은 손에서 나온 것.

송 회장은 한때 실패한 기업인이었다.

평범한 펌프만 만들어오다가 지난 95년 자금난으로 부도를 냈다.

부채는 약 68억원.

그러나 좌절하지 않았다.

그때 얻은 교훈 한가지.

"나만의 기술을 갖자"

기술과장 한명을 데리고 96년말 출장길에 올랐다.

17일간 독일 스위스 등 유럽 5개국을 돌며 내로라하는 펌프공장 17곳을 둘러봤다.

현장을 안 보여주려는 회사엔 물건을 산다는 구실로 "눈 도둑질"했다.

귀국 후 첫 개발에 착수한 게 인라인 펌프.

모터와 펌프를 붙여 세워 진동을 없앤 제품이다.

배관 중간에 끼워 설치할 수 있어 면적을 덜 차지하고 공사비도 줄였다.

97년에 국산화하자 큰 인기를 끌었다.

외산에 비해 30%나 쌌기 때문.

인라인 펌프의 효율을 10~20% 더 올린 입형다단펌프도 작년초 개발했다.

국내에서 첫 개발한 것.

힘이 좋은 펌프라 지하실에 설치해도 돼 아파트 옥상의 물탱크를 없애는 데 기여했다.

기술개발 공로를 인정받아 송 회장은 작년 10월 정부로부터 산업포장을 받았다.

지금도 폐수처리펌프 등 특수펌프와 세계적인 특허감이 될 만한 물펌프를 개발중이다.

부도전까지 즐겼던 골프로 끊고 30만km를 넘게 뛴 승용차를 손수 운전하는 송 회장은 "국가와 은행에 진 빚을 기술로 갚겠다"고 각오를 밝힌다.

(031)983-8000

차병석 기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