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간 중소기업 현장에서 뛰어온 이치구 전문기자가 최근 1년간 일본 가나가와중소기업재단 선임연구원으로 활동하며 취재해온 "한일 벤처기업 비교분석"을 바탕으로 벤처의 뒷얘기와 미래를 풀어나간다.

매주 화요일에 게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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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웹포트의 스즈키 히로시(34)사장은 갑자기 돈방석에 올라앉았다.

평범한 월급쟁이던 그는 거의 맨손으로 사업을 시작했음에도 창업 7개월만에 중기업 사장으로 떠올랐다.

그가 사업을 개시하자 소닉스의 가나야마 히로시 사장이 투자를 해왔고 손정의(孫正義)씨가 회장으로 있는 소프트뱅크에서도 대규모로 투자해왔다.

이에 질세라 사이버네트 커뮤니케이션에서도 투자해왔으며 니혼생명 벤처기업팀도 투자를 서두르고 있다.

스즈키 사장이 시작한 사업이 도대체 뭐길래 이렇게 쟁쟁한 업체들이 투자를 하겠다고 줄을 잇는 것인가.

이를 캐보기 위해 도쿄 황궁옆 니시키초 코신빌딩 7층에 있는 그의 사무실을 찾았다.

이 회사의 사무실에 들어서면 30여평 남짓한 실내에 이국적으로 생긴 여직원 한사람과 5명의 남자직원들이 조용히 일한다.

사무실 분위기는 도쿄의 여느 사무실과 비슷하지만 회의실에서 스즈키 사장으로부터 사업내용을 들어보면 그의 기발한 아이디어에 무릎을 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웹포트의 아이템은 현상(懸賞)게임사업.

이 회사는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퀴즈를 내고 그 문제를 맞히는 사람에겐 어김없이 상품을 준다.

상품은 도서구입권 파리여행권 등으로 다양하다.

그런데 이 퀴즈의 내용을 보면 보통 현상게임과는 전혀 다르다는 걸 알게 된다.

이 사이트가 내는 퀴즈는 "오타니호텔의 로비에 있는 샹들리에의 색깔은 무엇인가" 또는 "영화 러브레터에 나오는 자동차의 이름은 무엇인가" 등처럼 현장에 가지 않거나 실물을 보지 않고선 알아맞힐 수 없는 문제들로 짜여져 있다.

이 덕분에 관련 퀴즈에 대해선 광고주가 줄줄이 따라붙는다.

나우겟 더 찬스(www.nowget.com)란 이름의 이 사이트엔 이미 NTT등 세계적인 기업들이 광고스폰서가 됐으며 이를 이용하는 사람도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추세다.

요즘들어 한국에서 벤처가 가라앉고 있다고 한숨쉬는 사람들이 참 많다.

물론 투자시장으로서의 벤처는 거품이 걷혀가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비즈니스시장으로서의 벤처는 이제 겨우 걸음마 단계다.

특히 스즈키 사장처럼 하나의 컨셉트를 콘텐츠사업화하는 벤처부문에선 저기 황금어장이 기다리고 있다.

이 시장을 미국과 일본에선 ''크레비즈(Crebiz)''라고 한다.

크레비즈란 ''벤처와 컬처가 결혼을 해서 낳은 아들''이라고 보면 적당하다.

스즈키 사장이 짧은 시간안에 성장한 것은 바로 현상게임이란 일본 특유의 컬처를 벤처와 접목시켜 얻어낸 것이다.

현재 소프트뱅크가 41.8%의 지분을 가진 웹포트는 오는 12월 한국에 진출키로 하고 한국측 투자자를 찾고 있다.

일본문화개방과 함께 이 현상게임 컬처가 한국에서도 한차례 바람을 불러일으킬 전망이다.

이치구 전문기자 rh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