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영국계 은행인 홍콩상하이은행(HSBC)이 분당의 삼성플라자 입구에 지점을 낸 데 이어 9월에는 미국계 시티은행도 맞은 편에 분당지점을 열었다.

부유층 고액 예금자들을 대상으로 영업을 해온 이들 외국계 은행들이 한국의 소매 금융시장 공략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것이다.

외국계 은행들은 고객들에게 재무컨설팅,세무상담,무료 대여금고 운영 등 서비스를 내세우며 한국의 소매 금융시장을 급속히 잠식하고 있다.

<>소매금융 시장을 급속히 파고 든다=올해 들어 외국계 은행들은 신상품을 잇달아 내놓는가 하면 인터넷뱅킹 도입,지점 확대 등 공격적인 영업전략을 구사하며 개인 고객을 끌어들이기 위해 발벗고 나서고 있다.

지난 98년 12월부터 한국에서 개인금융을 시작한 이래 서울에 3곳,부산에 1곳 등 모두 4개의 지점을 갖고 있던 HSBC는 지난 8월 분당지점을 오픈하고 올 해안에 3~4개의 지점을 추가로 열겠다는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

씨티은행도 서울 등 11개 지점에 추가해 9월 분당 지점을 열었다.

국내 은행들과 소매금융을 놓고 한판 대결을 벌여 보겠다는 기세다.

이들 외국계은행들은 올해 주택담보대출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HSBC의 경우 지난 4월초부터 주택담보대출을 받는 고객들에게 근저당 설정비와 인지대 등 부대비용을 전액 면제해 주고 있다.

대출금리도 연 8.5%를 적용해 국내 은행들에 비해 1%포인트 정도 낮게 가져가고 있다.

또 대출고객에게 각종 재해와 사고에 대비한 종합재산보험에 무료로 들어 주는 등 유인책도 내놓았다.

이같은 공격적인 영업의 결과 지난 9월말까지 4천억원 이상의 주택담보 대출실적을 기록하고 있다.

씨티은행도 주택담보대출의 이율을 연 8.5%까지 낮췄다.

이 은행은 e-메일 마케팅을 도입,시장공략에 나서고 있다.

씨티은행은 오는 11월 인터넷뱅킹서비스도 시작하기 위해 준비중이다.

HSBC와 씨티은행은 주택담보대출에 이어 내년 종합과세시행을 앞두고 중요한 재테크 상품으로 떠오르고 있는 분리과세.비과세 금융상품도 내놓고 있다.

HSBC는 지난 7월부터 금융소득종합과세에 대비한 분리과세형 상품인 "금관정기예금"의 판매에 들어갔다.

씨티은행 역시 외국 은행권 가운데 유일하게 비과세 상품인 비과세수익증권을 7월부터 판매하고 있다.

HSBC는 내년 예금부분보호제도의 도입을 앞두고 안전한 은행을 찾아 이동할 시중 자금을 끌어모으기 위해 만기 3개월 이내의 단기 정기예금상품을 내놓기도 했다.

이 은행은 3백만원 이상만 예금하면 금액에 관계없이 1개월인 경우 연6%,2개월은 6.5%,3개월은 7%의 매우 높은 금리를 제공했다.

HSBC관계자는 "그동안 우리 은행의 개인영업은 구색맞추기 수준에 불과했지만 앞으로 공격적으로 개인영업을 늘려나갈 계획이다"고 말했다.

<>중소기업 진출에도 발벗고 나선다=씨티은행은 외국계 은행 가운데 처음으로 국내 중소기업 금융시장 공략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씨티은행은 지난 4월 서울지점내에 중소기업금융본부를 정식 출범시키고 한국내 중소기업들을 대상으로 한 "씨티비즈니스" 업무를 시작했다.

"씨티비즈니스"는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한 씨티은행의 금융서비스로 한국을 포함해 전세계 18개국에서 시행하고 있는 제도다.

아시아에선 대만 홍콩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태국에 이어 6번째로 도입됐다.

씨티은행은 앞으로 연간 매출액이 20억원이상 6백억원 이하인 전국 2만여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영업을 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일단 서울과 경기 지역에 있는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5년내에 2천~3천여개의 중소기업 고객을 확보한다는 목표를 세워두고 있다.

예금 대출 국내외송금 현금관리 수출입 외국환 등의 일반적인 업무뿐 아니라 해외 네트워크를 활용해 거래상대방에 대한 신용조회나 바이어알선 등의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기업고객전문상담역(RM)이 현장을 뛰며 섭외할동을 벌이고 각종 관련서류업무를 대행처리케 하는 등 고객이 은행을 찾을 필요가 없도록 편의도 봐 줄 방침이다.

씨티은행은 중소기업 대상 영업을 시작하기 위해 98년부터 2년간 시장조사 등 준비작업을 거쳤다.

씨티은행은 또 올해 설립한 시티콥 캐피탈 코리아 등 2개 벤처캐피털회사를 통해 벤처기업 투자도 늘려나갈 계획도 갖고 있다.

씨티은행이 이처럼 중소기업에 대한 업무를 확대하는 것을 두고 업계에서는 씨티은행의 "현지화"작업이 마무리돼 가고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외국계 은행은 해외에 진출한 후 처음에 정부.대기업을 대상으로 영업을 하다가 점차 소매금융에 진출하고 마지막 단계에 중소기업 영업을 하는 절차를 밟는다는 것이다.

이상열 기자 mustaf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