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금고 업계에 "짝짓기"를 통한 합종연횡이 활발히 일어나고 있다.

동일지역 소형 금고들이 한 지붕 아래 모이는가 하면 공개매각에 나온 부실금고를 인수하려는 금고들의 움직임도 분주하다.

내년부터 시행되는 예금부분보장제로 예금자들의 불안감이 커지자 덩치를 키워 신뢰도를 높이려는 전략이다.

타 지역 금고를 인수해 영업기반을 넓혀 보자는 의도도 깔려 있다.

<> 금고간 인수.합병 바람 =지난 6월 부산지역 6개금고와 충북의 3개금고가 한마음금고와 하나로금고로 통합 출범한데 이어 대구와 강원지역도 현재 5~6개 금고가 각각 합병을 추진하고 있다.

또 인천과 경남지역 일부 금고들도 합병작업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영업기반이 취약한 지방 중.소 금고들이 대형화로 활로를 모색하고 있는 것이다.

영업정지중인 금고를 사들이는 금고도 늘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올해 14개 부실금고에 대해 제3자매각을 실시한 결과 9개 금고가 타 금고에 팔려 매각률이 64%에 달했다.

지난해 매각대상 금고 22개 가운데 6개만 팔린 것(27%)과 대조적이다.

최근 경기 부흥금고의 공개입찰에는 8개 금고가 인수경쟁에 나서 열띤 경합을 벌이기도 했다.

<> 금고간 합종연횡의 배경 =금고의 영업구역을 확대, 경영에 숨통을 틀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현재 신용금고법은 인수금고에 한해 피인수금고 지역에 1개지점 설치를 허용하고 있다.

이 때문에 서울지역 금고들이 지방진출의 거점을 확보하기 위해 인수에 적극 나서고 있다.

특히 경기지역 금고를 인수할 경우 일산 분당 등 금고가 없는 수도권 신도시에 지점을 낼 수 있어 이 지역 금고를 인수하기 위한 경쟁은 더욱 치열하다.

최근 부천의 부흥금고 인수자로 선정된 서울 동아금고는 신도시 지역에 조만간 지점을 설치하기 위해 준비작업을 서두르고 있다.

금고간 인수.합병에는 대형화를 통해 신용금고의 지역은행 전환에 대비하겠다는 계산도 깔려 있다.

금고업계는 정부가 앞으로 대형금고에 대해서 업무를 지방은행 수준에 버금가도록 확대해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따라서 자산규모를 키워 지역은행 전환을 위한 발판을 마련해 놓겠다는 전략이다.

대구와 강원지역 금고들의 합병 움직임도 이런 점이 크게 작용했다.

부실금고를 인수할 경우 정부가 공적자금을 지원하는 점도 금고간 합종연횡의 배경이다.

현재 예금보험공사는 부실금고 인수자에게 청산가치의 최고 90%를 무이자로 지원하고 있다.

금고로서는 이 차입금을 보완자본으로 인정받아 BIS(국제결제은행)기준 자기자본비율을 높이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특히 최근 정부가 부실금고(BIS기준 자기자본비율 1%미만)뿐 아니라 부실우려금고(BIS 4%미만)를 인수할 경우에도 공적자금을 지원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져 인수.합병을 통한 합종연횡은 심화될 전망이다.

<> 연말까지 더욱 가속화될 듯 =금고업계는 내년 예금부분보장제 시행을 앞두고 위기감을 느끼고 있는 중.소형금고들의 합병 바람이 더욱 거세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또 영업정지중인 금고를 공개입찰로 사들이지 않고 정상영업중인 금고를 직접 인수하려는 움직임도 감지되고 있다.

서울지역 일부금고들은 지방 소형금고를 인수하기 위해 실사팀을 파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고업계 관계자는 "연말이면 금고업계가 대형화를 통해 지역은행 전환에 대비하려는 금고들과 지역밀착형에 더욱 치중하는 소형금고들로 뚜렷하게 이분화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박해영 기자 bon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