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침체는 적잖은 걱정거리다.

막바지 구조조정 과정에 있는 우리 경제에 심각한 장애물이 될 것은 물론이고 자칫 세계적인 금융불안과 맞물리면서 그동안의 경제회복 노력까지 허사로 만들어 버릴 가능성도 적잖아 보인다.

주가지수는 이미 국민의 정부 출범 당시 수준으로 되돌아갔고 외국인들이 서둘러 주식을 팔고 있는 것도 여간 우려스러운 일이 아니다.

세계 증권시장의 엔진 기능을 해왔던 미국증시가 불안감에 휩싸인 것이 한국증시 침체의 외부적 요인이겠지만 허다한 내적 원인들도 증시 침체에 기여했다고 봐야 할 것이다.

정부는 때늦게도 연기금의 주식 투자를 장려하고 벤처지원을 늘리는 등의 비상수단을 강구하고 있지만 과연 이같은 대증(對症) 요법들이 증권시장도 살리고 실물경제도 건전하게 유도해가는 합리적인 수단이 될 것인지는 의심스럽다.

증시침체의 원인을 살피지 않고 그럴싸한 결과 만을 만들어내기에 바쁘다면 나중에는 더욱 어려운 상황에 봉착하는,소위 악순환이 발생할 수도 있겠기에 그 점이 걱정이라는 말이다.

연기금의 주식투자를 허용하고 증권투자 실패와 관련하여 운용자에게 책임을 묻지 않는 방향으로 관련법을 개정키로 한 최근의 정부 방침도 위태로워 보이기는 마찬가지다.

선의(善意)의 관리자를 보호하고 연기금의 투자대상 증권에 주식을 포함시킨 것 자체는 나무랄 일이 아니다. 하지만 이런 조치가 당장 연기금을 증시에 투입하기 위한 손쉬운 방편으로 추진되는 것이라면 이는 매우 잘못된 일이다.

주가 변동성이 어느 때보다 높은 터에 가뜩이나 잠재부실이 많다는 연기금을 주식투자에 밀어넣어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지 궁금하다.

벤처육성 대책도 걱정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첨단 기술주들에 대한 세계적인 거품 논쟁이 한창인 터에 거품을 빼는 것이 아니라 더욱 불어넣는 방법으로 벤처주가를 유지하려 든다면 나중에 어떤 후유증이 터질지도 알 수 없다.

벤처업계가 위기에 빠진,그리고 코스닥 주가가 급락한 원인을 바로잡지 않고 무조건 눈앞의 주가만 지탱하는 것이 과연 가능한 것이지도 생각해볼 일이다.

정부가 자금을 퍼붓는다고 벤처기업의 투자 성공률이 무작정 높아지는 것도 아니지만 벤처산업 같은 고위험 산업에 국민의 세금을 직접 투입해도 좋은지는 더욱 의문이다.

거품을 빼고 구조조정에 박차를 가하는 등 실물경제와 금융시장의 기반을 굳건히 다지는 것이야말로 지금 정부가 해야하고 또 할 수 있는, 경제와 증시불안 해소 대책의 골격이 되어야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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