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금부분보장제가 막판까지 진통을 겪을 모양이다.

예정대로 내년부터 시행은 하되 보장한도는 당초의 2천만원에서 5천만원 정도로 올리고 별단예금 등은 계속 전액보장한다는 내용의 정부안이 제시됐지만 시행을 연기하자는 주장이 여전히 만만치 않다고 한다.

하지만 이 문제는 미룬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며 구조조정을 가속화 하기 위해서도 내일 열릴 당정협의에서 결단을 내려야 할 것이다.

예금부분보장제를 둘러싼 논란의 핵심은 시행에 따른 부작용이 우리경제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일지 여부와 구조조정에 대한 시각차라고 본다.

시행을 연기하자는 쪽에서는 예금부분보장제를 강행할 경우 최대 1백10조원에 달하는 자금이 이동할 것이며 이로 인해 일부 금융기관들의 도산사태가 일어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따라서 예금부분보장제 시행을 구조조정이 완료되고 금융시장이 안정된 이후로 연기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특히 내년부터 시행될 예정인 2단계 외환자유화와 겹쳐 대규모 자본유출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그러나 자금이동 규모는 그렇게 크지 않으리라는 것이 우리의 판단이다.

보장한도를 5천만원으로 올릴 경우 은행고객의 99% 이상이 예금보장을 받게 되며 거액예금을 갖고 있는 법인과 공공기관은 대부분 대출과 연계돼 있거나 거래 금융기관과 특수한 관계를 맺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우리경제의 당면과제인 구조조정과 금융개혁은 결코 단기간에 끝낼 성질의 것이 아니라 꾸준히 지속해야 한다는 점에서도 구조조정 완료 이후로 연기하자는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고 본다.

2단계 구조조정은 일부 대표적인 부실을 털어내 시장불안을 잠재우기 위한 것이지 기업과 금융기관의 부실을 하나도 남김없이 정리하겠다는 뜻은 아니며 이는 현실적으로 가능하지도 않다.

설사 이번에 깨끗이 정리한다고 해도 부실은 앞으로도 끊임없이 발생할 것이며 경제여건과 정책대응에 따라 언제든지 위기상황이 재발할 수 있다는 점은 중남미 각국의 경험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일부 시중자금이 해외로 유출되거나 외국금융기관으로 몰릴 가능성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고 해서 시행을 연기한다면 개혁의지 실종에 실망한 외국자본의 대규모 이탈이 본격화될 수 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된다.

위기상황이 올 때마다 정부가 나서서 공적자금을 쏟아부을 수는 없으며 자발적인 구조조정을 통한 민간부문의 위기대응 능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도 예금부분보장제는 시행돼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