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는 곧 그 기업의 얼굴이다.

브랜드 마케팅을 잘하는 기업은 무한경쟁시대에 보다 높은 생존 가능성을 보장받는다.

국내 대기업들이 브랜드 가치를 높이기 위해 전력투구하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10월 현재 브랜드스톡에서 거래중인 2백54개 브랜드중 상장 종목을 가장 많이 갖고 있는 그룹은 LG.

TV, 컴퓨터 모니터 등 모두 18개 브랜드를 올려 놓고 있다.

이어 삼성그룹이 16개로 LG를 바짝 뒤쫓고 있다.

두 회사는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으로 일상생활에서 가장 많이 접하게 되는 회사이기도 하다.

3위는 11개를 상장시킨 현대그룹.

그러나 현대의 경우 자동차 브랜드가 대부분이어서 업종 편중이 심한 편이다.

이는 현대가 소비자와 직접적인 연관이 없는 중화학공업을 주력으로 삼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정보통신관련 브랜드가 많은 SK그룹은 상장 종목이 8개로 조사됐다.

이밖에 식음료 유통 서비스를 주력으로 하는 롯데그룹, SK와 더불어 정보통신의 양대 산맥을 이루고 있는 한국통신, 대우 등이 7개 브랜드를 등록시켜 놓고 있다.

이들 브랜드중 상위권을 대상으로 한다면 SK그룹 브랜드가 단연 강세다.

한국 산업의 무게 중심이 정보통신쪽으로 옮겨지면서 SK는 8개의 자사 브랜드중 "스피드011"을 비롯한 3개 브랜드를 상위 30위권에 진출시켰다.

그 다음은 삼성이 애니콜 등 5개, LG가 3개, 한국통신이 2개 순으로 상위권에 많이 포진돼 있다.

브랜드는 경쟁사와 비교할 때 진정한 가치가 드러난다.

한국 기업중 브랜드 마케팅에서 가장 앞섰다는 평을 듣는 삼성그룹은 경쟁사와의 브랜드력 비교에서도 역시 후한 점수를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브랜드스톡에 상장된 16개의 삼성관련 브랜드중 휴대폰 생명보험 등 절반이 넘는 11개 브랜드가 해당 산업분야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세탁기 증권 등 나머지 브랜드들도 선두와 박빙의 접전을 펼치고 있는 상태.

삼성그룹의 좋은 이미지는 곧 바로 개별 브랜드 가치의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

삼성증권의 금융정보 서비스인 "SAMSUNGfn"의 경우 초기부터 삼성의 이름을 내세우고 브랜드를 런칭해 불과 몇달만에 업계 2위에 오를 만큼 모그룹인 삼성의 브랜드 효과를 톡톡히 봤다.

SK나 삼성의 브랜드가 높은 가치를 인정받는 것은 기본적으로는 재무구조가 좋고 영업력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소비자들에게 심어준 브랜드 이미지가 다른 기업에 비해 매우 호의적이라는 점도 배경이 되고 있다.

반대의 경우로는 외환위기 후 그룹이 해체되는 슬픔을 겪은 대우그룹과 지난 여름 호텔노조파업으로 어려움을 겪은 롯데그룹을 들 수 있다.

브랜드스톡에 상장된 대우 관련 브랜드는 7개중 4개가 자동차 브랜드다.

대우 브랜드는 대우처리 문제가 장기화되면서 점차 가치가 하락하고 있다.

현재 대우관련 브랜드중 최고로 평가받은 베스트셀러 자동차인 레간자마저 30위권에도 끼지 못했다.

소형차 시장에서 인기를 끈 마티즈는 겨우 명맥을 유지할 뿐이다.

롯데그룹의 경우 미과즙 음료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누리는 "2% 부족할 때"와 놀이공원의 대명사인 "롯데월드"를 제외하곤 대부분의 브랜드 가치가 큰 폭으로 떨어졌다.

최인한 기자 jan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