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위원회가 지난 8월말 사업자 단일화를 포기하고 비교심사방식으로 전환한 이후,일부 사업자들 사이에서 자율적인 단일화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고 한다.

위성방송 정책이 정치권과 방송위원회,그리고 사업자간의 이해관계 때문에 표류하고 있는 지금,사업자간의 자율적인 단일화는 위성방송의 미래를 위해 바람직하다.

위성방송의 사업적인 성공을 위하여 오랫동안 위성방송을 준비해 온 사업자들의 지혜와 노하우를 모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 탈락자 지분 배제 등을 골자로 하는 비교심사 방식으로 단일사업자를 선정했을 때 후유증 등 적지않은 문제도 안고 있다.

아시아 위성방송의 대표주자인 스타TV는 지난 4년간 5억달러,머독의 인수이래 10억달러,1999년 한햇동안 1억7천만달러의 적자를 기록하였다.

''황금알을 낳는 노다지''가 아닌 위성방송사업은 사업자 허가보다는 그 이후가 더욱 중요하기에,개별사업자들의 재력과 소프트웨어,사업경험을 모으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문제는 사업자간의 자율통합 유도가 실패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방송위원회가 단일 그랜드 컨소시엄에 집착하거나,이의 연장으로 잘못된 심사기준을 내세우는 경우다.

문민정부 시절의 지역민방과 케이블 사업자 허가때의 비리를 뼈아프게 기억하고 있기에,단일사업자 후보를 통하여 선정의 잡음과 정치적 부담감을 줄이겠다는 저간의 사정을 이해못하는 바는 아니다.

하지만 방송위원회에 의해 사업권을 따기 위해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구성된 단일 그랜드 컨소시엄이 과연 사업자 선정 이후를 책임질 수 있을지 의문이다.

더구나 특정사업자에게 편파적인 가이드라인을 제시하여 사업자를 압박하고,구체적인 지분조정까지 개입하는 것은 공공영역의 시장월권이다.

방송위원회가 강조하는 많은 사업자의 참여와 소유 및 경영의 분리는 방송법에서 충분히 규제하고 있다.그러므로 심사기준에서는 사업의 조기안정을 기할 수 있는 사업자 선정에 초점을 맞추고, 공익성은 위성시민채널의 개설 정도에 한정되어야 한다.

방송위원회의 위성방송 정책인 심사기준이 잘못되면,이는 곧바로 1∼2년후에 주요 주주들간의 사업책임공방과 나아가 케이블TV와 지상파, 그리고 통신부문과의 융합정책에 막대한 차질을 빚게된다.

독립 규제기구로서 정치적,시민적 대표성을 가지고 장차 통신부문까지 흡수하여 방송통신위원회로 발전해야 할 방송위원회로서는 사업자들에게 자율통합을 권고하고,실패하면 곧바로 비교심사방식을 통하여 적합한 사업자를 선정하는 당당한 태도가 필요하다.

단일그랜드 컨소시엄에 대한 맹목적인 고집보다는 영상산업발전,공익성 의무,사업적 안정,외국자본의 국내투자와 같은 누구나가 인정할 수 있는 심사기준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고,이를 가급적 점수화하는 노력이 있을 때에 독립규제기구로서의 권위 회복이 이루어질 수 있다.

위원회는 전문적 권위에 입각한 행정력을 행사하여 정치적 논리에 익숙해져 있는 사업자들에게 냉혹한 시장원리를 한 수 가르쳐주었으면 한다.

위성방송을 하기위해 우리는 너무나 많은 세월을 허비하였다.

정치권 놀음에 4년,사업자 허가에 4개월을 그냥 날린 셈이다.

위성방송 사업자 허가와 더불어 지상파와 케이블TV의 디지털화가 기다리고 있다.

조금이라도 시기가 늦추어진다면 위성방송은 막강한 소프트웨어를 보유한 지상파와 선발 뉴미디어인 케이블사업자에게 밀려 고사하고 말 것이다.

방송위원회와 사업자 후보들의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필자 약력=△서울대 신문학 박사 △한국방송진흥원 선임 연구원 △저서:''세계의 디지털 위성방송''외 다수

...............................................................

※이 글의 내용은 한경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