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 현장에 찬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내수가 위축되면서 기업들이 생산을 줄이고 투자를 보류하는 등 불경기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경기에 아랑곳 않고 호황을 누리는 기업들이 있다.

남들이 흉내낼 수 없는 최고의 기술력을 가진 회사들이다.

한국경제신문은 중소기업진흥공단과 함께 기술력으로 승부하는 중소기업을 발굴해 시리즈로 소개한다.

이 시리즈는 매주 수요일 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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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남동공단에 있는 선양테크(대표 양서일)는 주변의 여느 회사와는 사옥부터 다르다.

바깥 벽이 청색 유리로 치장된 3층짜리 건물은 공장이라기보다는 연구소 같다.

사실 이 회사의 기술 경쟁력은 국내 최고의 연구소를 뺨친다.

반도체 후공정 장비를 만드는 선양테크는 지난 97년 세계 처음으로 ''인라인(In-Line)시스템''을 개발했다.

인라인 시스템이란 여러개의 공정이 한 세트의 기계 안에서 이뤄지도록 통합한 것.

당연히 공정시간이 줄고 불량률도 떨어져 생산성이 획기적으로 높아지는 시스템이다.

선양테크가 통합한 공정은 후공정 중 트림(Trim) 폼(Form) 마킹(Marking).

제각각 떨어져 있던 이 세개의 장비를 하나로 묶어 자동화한 것이다.

이 장비는 개발후 세계적인 반도체 조립회사들로부터 주문이 폭주했다.

지난 7월 프랑스와 이탈리아 합작 반도체 회사인 STM사에 32대를 수출한 것을 포함해 올 수출규모가 2천만달러(약 2백20억원)를 넘는다.

내년엔 수출규모가 3백60억원을 넘어 총 매출이 4백5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리드프레임 대신 볼이 붙은 BGA류 반도체 조립장비도 인라인 시스템으로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선양테크의 기술력은 도전정신에서 싹이 텄다.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양서일(38) 사장과 관리담당 정도화(37) 부사장,기술담당 선효득(41) 부사장은 지난 92년까지 한 반도체 장비회사에서 함께 일했던 동료.

개인적인 문제로 회사를 제각각 떠났던 이들은 지난 93년 다시 뭉쳐 자본금 5천만원을 쥐고 선양테크를 설립했다.

당시 30대 초반의 세 젊은이의 가슴 속엔 ''세계 수준의 기술에 도전하자''는 공통 목표가 숨 쉬고 있었다.

지금도 이들은 기술개발을 위해서라면 밤낮을 가리지 않는 도전정신을 불태우고 있다.

창업 이후 매출의 7∼10%는 반드시 연구개발에 투자한다는 원칙을 지금까지 고수하고 있기도 하다.

''고객 최우선'' 마인드도 선양테크의 경쟁력 비결중 하나.

"고객이 아무리 무리한 요구를 해오더라도 원만하게 처리해 준다.
일단 선양테크에 일을 맡기면 신경을 안써도 된다는 믿음을 주기 위해서다"(양서일 사장)

이같은 고객만족 경영 때문에 한번 선양테크에 주문을 냈던 고객은 다시 이 회사를 찾는 게 불문률처럼 돼 있다.

(032)814-4846

차병석 기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