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인터넷서점이 할인판매로 맹위를 떨치면서 기존 서점들이 어떻게 응수하고 나올지 관련 업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에 대해 일단 중소서점들의 모임인 한국서점조합연합회는 도서정가제 유지를 위한 대규모 서명운동과 입법화 운동을 벌일 예정이다.

하지만 교보문고 등 대형서점은 인터넷서점들처럼 할인판매로 맞불 작전을 펴는 쪽을 "심각히 고려중"이다.

이런 때 과연 세계 최대 서점은 어떤 태도를 취했는지 궁금해진다.

세계 최대 서점은 미국의 반스 앤드 노블(Barnes & Noble,Inc.)이다.

인터넷서점인 반스 앤드 노블 닷컴과 소프트웨어 자회사인 배비지스 에세트라, 전자책 메이커인 누보미디어 등의 계열사 매출을 모두 배제하고 오프라인 책방만 따져도 연간 매출액이 4조원을 넘는다.

5백20개의 슈퍼스토어를 포함해 약 1천개의 서점을 3만7천여명의 직원으로 운영하며 연간 약 1천5백억원의 이윤을 내는 시가총액 1조5천억원짜리 회사다.

경쟁자인 인터넷서점 아마존닷컴이 7천6백명의 직원으로 연간 2조원의 매출을 올리며 16조원의 시가총액을 호가하고 있는 것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평가돼 있지만 내실은 훨씬 충실한 회사다.

미국 전체 서점시장의 15%를 차지하고 있다.

2조5천억원 정도 시장에 수십만명이 종사하는 국내 출판서점인쇄업계 전체와 비교할 때 엄청나게 크고 튼실한 기업이다.

반즈 앤드 노블은 1873년 일리노이에서 찰스 노블이란 사람이 시작한 서점이 아들 윌리암 노블 대에 이르러 뉴욕의 G. 클리포드 노블이란 사람과 1917년 반스 앤드 노블이란 서점 체인을 출범시키면서 시작됐다.

그러다 뉴욕대학교 서점 점원으로 일하며 주경야독하던 대학생 레오나드 리기오가 1965년 뉴욕대를 중퇴하고 뉴욕대 서점 옆에 스튜던트 북 익스체인지라는 서점을 시작해 32세 되던 1971년 망해가던 반스 앤드 노블을 인수하며 오늘에 이르고 있다.

반즈 앤드 노블은 인터넷 서점이 나오기 훨씬 전인 1975년 업계 최초로 TV에 광고를 내며 대대적인 할인판매를 시작해 폭발적 성공가도를 달리기 시작했다.

1985년에는 자체 브랜드의 책을 출판하며 무려 90%씩 할인하는 저돌적 공격경영을 무기 삼아 1986년 당시 1백80개 서점 체인으로서 전국 쇼핑몰에 8백개의 체인을 거느린 B 달톤 서점을 인수해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1990년대 들어서는 쇼핑몰의 몰락을 일찌감치 내다보고 쇼핑몰 서점들을 단계적으로 폐점하는 대신 엄청난 크기의 대형 서점 슈퍼스토어를 건립하기 시작, 해당 지역사회의 커뮤니티센터 역할을 하는 전략으로 선회했다.

무려 10만권의 책을 구비하고 안락한 의자와 휴식공간과 커피를 제공하는 한편 공동체 행사도 여는 등 밤 11시까지 영업하는 이곳은 그야말로 한 마을의 문화회관 역할을 하고 있다.

아마존닷컴이 책뿐만 아니라 음반과 비디오, 의류 등 온갖 잡다한 물건들을 모두 판매하는 백화점 형태로 가는 동안 반스 앤드 노블은 책만을 고수하며 책의 메카라는 이미지를 한층 더 강조하고 있다.

다만 1997년 반스 앤드 노블 닷컴을 세워 지난해 5월 이의 60% 지분을 매각한 뒤에는 모회사와 자회사간의 관계가 경쟁관계로 치달으며 고심중이다.

연평균 성장률이 1%에 불과한 서점업종의 특성도 한계로 지적된다.

그러나 지난 1월 레오나드 리기오의 아들이 반스 앤드 노블 닷컴의 사장으로 부임한 데다 얄밉도록 똑똑한 레오나드 리기오 회장이라면 충분히 새로운 도약의 계기를 마련할 것이라는 것이 관계 전문가들의 평가다.

[ 전문위원, shindw@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