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부터는 한국의 은행들을 무시하지 마라"

김정태 주택은행장이 주택은행을 한국금융기관 가운데 처음으로 지난 3일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상장시키고 외국 투자자들에게 한 말이다.

미국 회계기준으로 평가해도 한국 은행이 경쟁력을 갖고 있음을 보여줬다는 데서 나오는 자신감의 발언이었다.

스스로를 "장사꾼"이라 부르는 김행장은 지난 98년8월 주택은행장에 취임한 이후 변화에 둔하던 기존 은행 조직을 "돈 버는 조직"으로 바꿔놓았다.

주택은행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97년말 1만2천여명이던 정규직원을 99년말에는 9천여명으로 감축하고 사업부제 집단성과급제를 도입했다.

행장으로 취임한 그해,내부의 반대를 무릅쓰고 "수천억원의 적자를 내는 한이 있더라도 부실자산을 모두 털어내라"고 지시,대손충당금을 5천2백18억원이나 추가로 적립해 결국 3천억원 정도의 적자를 내기도 했다.

월급을 단돈 1원만 받고 스톡옵션을 선택했다는 이야기는 이미 널리 알려져있다.

김행장 취임전 "준공무원"이었던 주택은행 직원들도 이제는 "주주가치 극대화"라는 그의 소신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69년 조흥은행에 입사했지만 "은행의 답답한 위계질서가 싫다"며 76년 대신증권으로 옮겨가 "증권맨"으로 20여년을 살았다.

97년 동원증권 사장 재직시절 업계 최초로 무차입경영,분기별실적 및 펀드운용내역 공개,성과급제도 도입 등을 선언해 업계를 깜짝 놀라게 하기도 했다.

김대중 대통령과 함께 98년 미국 경제주간지인 "비즈니스 위크"지에 "아시아의 스타 50인"에 선정됐고 99년에는 인스티튜서널 인베스터지가 "한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금융인"으로 뽑기도 했다.

47년 전남 광산 출신으로 광주일고와 서울대 경영학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했다.

바둑이 취미로 아마 3단 수준.

이상열 기자 mustaf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