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못갚는 기업(이자보상배율 1.0미만인 상장회사)부터 "퇴출검토대상"으로 본다고 발표했지만 채권은행들이 이같은 재무상태만보고 "생사여부"를 결정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비록 이자보상배율 수치만 보면 부실이지만 현재 영업실적은 극히 양호한 진로같은 기업도 있고 쌍용양회처럼 앞으로 빚을 꺼나갈 구체적인 프로그램을 마련했다고 주장하는 기업도 있다.

이와관련, 증권회사 기업분석가들과 금융계 회계법인등의 전문가들은 "기업들의 기대대로 산업정책적 요인이나 대외신인도를 두루 고려하면서 연말까지 부실기업을 정리한다는 것은 대단히 어려운 작업"이라고 밝히고 있어 진통이 예상된다.

이자보상배율 1.0미만 기업의 리스트를 근거로 해 증권가를 중심으로 루머성 "살생부"에 오르내리는 기업들의 현황과 생존논리,전문가들의 진단을 종합정리해본다.

◆현대건설=현대 내부적으론 이미 유동성 문제와 관련,채권은행단과의 협의를 거쳐 마련한 자구계획을 순조롭게 이행하고 있어 우려할 일은 없을 것으로 본다.

이승렬 재무담당 이사는 "지난 9월말까지의 자구액은 5천3백72억원으로 연말까지의 자구계획(1조5천8백억원) 가운데 3분의 1 이상을 자체 해결했다"고 밝혔다.

이 회사는 보유 중인 현대중공업 주식 5백30만주를 담보로 한 교환사채(EB) 발행을 통해 2천2백억원을 조달하기 위한 협상도 진행 중이다.

굿모닝증권 이창근 과장은 "건설물량 부족으로 하반기 경영여건이 더 나빠져 그냥 둬도 상당수 업체들이 도태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업종 대표격인 초대형 업체에 메스를 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쌍용양회=채권단과 일일이 상의하면서 재무구조 개선 프로그램을 이행하는 과정인 만큼 단순 잣대로 부실 판정을 받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쌍용은 양회 이외의 모든 제조업체를 매각할 계획이다.

최근 쌍용중공업 지분을 한누리증권을 주간사로 한 펀드컨소시엄에 넘기기로 양해각서(MOU)를 교환한 것이나 쌍용정공 지분매각 방침을 정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 나온 것이다.

보유 중인 쌍용정보통신 지분도 오는 11월말까지 입금을 목표로 처분키로 하고 현재 3개 외국기업과 동시에 협상을 벌이고 있다.

쌍용양회 홍사승 자금담당 부사장은 "10월말까지 삼각지 부지를 국내의 한 건설업체에 매각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주)진로=주력제품인 ''참진 이슬로''가 엄청난 매출 호조를 보이고 있고 부동산 등 매각 가능한 자산도 적지 않기 때문에 채무를 갚아 나가는 데 아무 문제가 없다는 주장이다.

지난 98년 화의에 들어갈 당시 (주)진로가 안고 있던 여신 총액은 1조4천여억원.

진로는 화의 조건에 따라 올해부터 이자를 갚기 시작했으며 원금은 2003년부터 이자와 함께 상환하게 된다.

진로측이 채권단과 합의한 채무변제 계획을 보면 우선 올해부터 2002년까지 갚아야 할 이자액은 월 83억∼84억원(변동금리 적용)으로 연간 1천억원에 이른다.

하지만 올해의 경우 상반기에 이미 8백63억원의 영업이익을 낸 데다 현재 전년동기 대비 영업이익 증가율이 1백%에 가깝기 때문에 이자 변제에 차질이 있을 수 없다는 설명이다.

◆동아건설=대우증권 박용완 연구위원은 "기업개선작업에 들어간 지 2년이 지났지만 뚜렷한 성과를 보이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내부 역량과 외부 환경은 점차 악화돼 워크아웃 플랜의 실현 가능성에 대해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증권가의 분석과는 달리 동아건설 재무담당 조억환 상무는 "채권단에 요청한 3천5백억원이 지원되고 부채가 출자금으로 전환되면 충분히 회생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워크아웃 기간중 채권단에서 1조1천5백억원의 막대한 자금이 지원됐지만 갚은 빚도 1조1천억원에 달하는 등 정상화계획은 순조롭다"고 강조했다.

또 "올 상반기에 6천1백80억원의 대규모 적자를 낸 것은 자산실사 결과에 따라 부실을 깨끗이 털어냈기 때문"이라며 3천5백억원의 자금지원 요청은 성수대교관련 재판 패소 등으로 자금수요가 발생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일부 중견그룹 계열사=그룹기업 계열사중 10여개사가 리스트에 오를 가능성이 있다는 소문이 나돌면서 중견그룹 계열사들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이들은 평소에도 중견그룹 계열이라는 이유로 실적이 좋아도 은행들로부터 차별대우를 받아왔는 데 퇴출리스트를 짤 때도 도매금으로 당하지 않을까하고 불안해 한다.

모 중견그룹 계열사 재무담당은 "중견그룹들은 ''대마불사''논리도 펴기 힘들고 업종성격상 퇴출에 따른 실업 등 국민경제충격도 크지않다"며 "채권은행들의 실적채우기에 상대적으로 쉽게 말려들지 모른다는 피해의식을 갖고있다"고 전했다.

<산업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