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훤일 < 경희대 교수 / 법학 >

지금 백두대간의 명산들이 마구잡이로 파헤쳐지고 있다.

국토개발의 목적도 있지만 생활의 여유를 찾아 레저를 즐기려는 사람들이 워낙 늘어나 전국 방방곡곡이 관광지.골프장으로 난개발되는 것이 주 요인이라고 한다.

세수 증대에 혈안이 된 지자체들이 이를 방관하고 있다는 소리도 들린다.

하기야 내 차를 가진 시민이 가벼운 마음으로 명승지를 찾는 것을 나무랄 수는 없다.

하지만 도로 숙박시설 등의 인프라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현지에선 교통난 숙박난 바가지 요금이 기승을 부릴게 뻔하다.

어찌 보면 이에 대한 해결방법은 매우 간단하다.

내 차를 몰고 오는 사람에게는 눈이 튀어나올 정도로 입장료.주차료를 받는 한편, 많은 사람이 편리하고 값싼 대중교통수단을 이용할 수 있게 하면 되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정상 가까이 올라가는 경(輕)철도 로프웨이 케이블카가 효율적인 대안이라고 생각된다.

해외여행을 많이 다녀본 사람 치고 스위스의 융프라우를 모르는 이가 없다.

우리 한국인 관광객이 얼마나 많으면 융프라우요흐까지 올라가는 등산철도에서 한국어 안내방송을 해줄까.

스위스는 어느 곳이나 그림엽서처럼 아름답다.

하지만 해발 3천5백여m 융프라우 산등성이까지 관광객을 매년 50만명 이상 끌어들이는 비결은 등산철도다.

이곳에 등산철도가 부설되지 않았더라면 이처럼 많은 관광객들이 손쉽게 융프라우요흐에 오를 생각을 했을까.

일부 등산객이나 열성 스키어 외에는 자동차가 올라갈 수 있는 중턱까지만 가서 복작대고 있을 것이다.

이리저리 도로를 내고 주차장을 만든다고 천연 목초지가 얼마나 훼손됐을지는 명약관화한 일이다.

당시의 철도건설 계획이 얼마나 빈틈없었나 하는 것은 예를 들어 내려오는 열차에서 발생하는 전력을 상행열차에 공급함으로써 절전율을 20%까지 높였다든지, 철도의 종점에 관광객을 위한 전망대와 천체.기상.지질 관측소를 세워 철도역의 이용가치를 배가시켰다는 점에서도 알 수 있다.

우리나라에는 거의 완벽한 ''민간투자법''이 제정돼 있고 철도의 건설.운영에 있어서도 이미 1백년이 넘었다.

문제는 융프라우, 하코네 같은 외국의 사례를 지리산 설악산 등지에 적용해 보는 것이다.

민간사업자가 엄두를 못낸다면 중앙정부.지자체가 민.관 파트너십을 구성해 지형에 적합하게 경철도, 케이블카를 다양하게 건설하면 된다.

국민관광 시대에 설악산 국립공원에 비싼 입장료를 내고 대청봉은 커녕 비선대까지도 올라갈 생각을 못하는 노약자.장애인들이 권금성 케이블카를 타기 위해 몇 시간씩 줄 서 있는 현실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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