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무역기구(WTO)가 국제금융서비스 자유화에 관한 협상을 시작했을 때 많은 개발도상국가들은 망설였다.

그들이 협상을 두려워한 것은 금융서비스부문에서의 경쟁은 선진국 금융기관의 영향력을 확대시켜 자국의 금융기관은 물론 경제전반을 좌지우지할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심지어 선진국에서조차 협상에 대한 근원적 의구심을 가졌다.

많은 국가의 재무장관들은 금융서비스 분야에서의 다자간 접근이 실효성이 있을지 의심했다.

호혜성에 원칙을 둔 쌍무협상이 더 편했고 최혜국대우의 장점을 확신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또한 다자간기구에서의 분쟁해결 전망도 불투명했다.

선진국들의 ''야심''과 개발도상국의 지나친 ''조심''이 오랜 기간 협상에서 상충되는 요소였다.

하지만 협상이 결실을 맺어 올 1월 WTO의 서비스산업일반협정(GATS)이 출범했다.

GATS는 각 국가가 선택적으로 금융서비스시장을 개방하고 개방분야에 대해선 외국기업의 권리 등을 보장하도록 돼있다.

반면 회원국들에 무제한으로 금융시장을 개방토록 요구하지는 않는다.

현재 추가적인 금융서비스협상이 상당히 진전돼 자유화 확대의 토대가 마련되고 있다.

명심해야 할 것은 그동안 무역자유화가 진전돼 왔지만 서비스분야의 자유화 속도가 이보다 훨씬 빠르다는 점이다.

이는 서비스자유화가 진척돼야 한다는 인식이 국가들간에 널리 퍼져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금융서비스협상이 타결된 지난 97년 12월이 아시아 금융위기 발생시점과 시기가 일치한다는 점을 가끔 잊고 있다.

이 지역 금융위기가 협상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못했다.

가장 심각한 타격을 받고 있던 아시아국가들은 외국금융기관에 시장을 더 개방하기 위한 합의문을 만들었다.

이는 강력한 경쟁과 개방확대가 국내 금융구조를 더 강하게 만들수 있다는 그들 스스로의 판단때문이었다.

물론 위기에 몰린 아시아국가들이 WTO협상을 포용한 데는 몇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GATS가 자본계정의 자유화에 초점을 맞춘 것이 아니라 외국기업들이 영업을 할 수 있는 여건 조성에 초점이 맞춰졌기 때문이다.

또 국제금융서비스 거래에 세이프가드 조항을 둬 금융자유화로 인해 기존의 국내 금융시스템이 심하게 교란되지 않도록 한 것 역시 아시아 국가를 안심시켰다.

아울러 금융자유화 협상의 골자가 외국금융기관들의 설립을 허용한 것이라는 점도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했다.

외국의 직접투자와 서비스,기술,자본,전문지식등의 유입을 허용하자는 것이다.

따라서 이는 개발도상국에 위협이 아닌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해답의 일부였던 셈이다.

결국 WTO의 합의내용은 하룻밤사이에 변하지 않는,투자를 결정하고 거래를 할 수 있는 확실한 보장을 제공하자는 것이다.

정책의 불확실성만큼 투자를 냉각시키는 것이 없기 때문이다.

금융서비스분야 협상의 핵심은 금융기관의 설립과 운영의 자유화다.

그리고 금융시장에 대한 추가적인 자유화 요구는 지속될 것이다.

통신과 정보 기술발전은 금융서비스 거래방식에 근본적 변화를 야기시켜 국가간 금융거래의 중요성을 더욱 부각시키고 있다.

금융서비스의 추가적 자유화협상을 성공적으로 이끌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지속적인 국제간 대화와 협력이 필수적이다.

또한 국제금융시스템의 신뢰성및 안정성 확보도 성공적 협상의 선행조건이다.

금융시스템의 신뢰성과 안정성은 무역시스템의 개방에도 필수요건이다.

정리= 신동열 기자 shin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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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내용은 마이크 무어 WTO사무총장이 최근 국제결제은행(BIS)에서 행한 연설을 요약한 것이다.